명나라 때 형계(荊溪: 강소성 남부에 있는 강물)에, 아주 사이가 좋은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부유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가난하였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 아내가 몹시 예뻐, 부유한 사람이 몹시 탐낸 나머지 모략을 꾸몄다. 즉, 어떤 부잣집에 가면 의탁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고 권한 뒤, 자기가 배를 마련하여 그와 그 아내를 함께 실어다 주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 부부를 배에 싣고 가다가, 산기슭에 배를 정박하고 이렇게 말했다.
“자네 아내더러 배를 지키라고 남겨 놓고, 나와 자네 둘이 먼저 찾아가 보세.”
그렇게 가난한 사람을 꾀어내어 숲 속으로 끌로 간 뒤, 갑자기 허리 틈에서 도끼를 꺼내어 그를 찍어 죽였다. 그리고는 거짓으로 우는 체하면서 산을 내려와, 배를 지키고 있던 친구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당신 부군(夫君)이 그만 호랑이에게 물려 죽고 말았소.”
이에 아내가 큰 소리로 통곡하면서, 그 남자와 함께 지아비 시체라도 찾겠다고 산으로 올라갔다. 숲 속 깊숙한 곳에 이르자, 그 남자는 본색을 드러내어 친구 아내를 껴안고 간음하려 하였다. 녀자가 저항하여 뿌리치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부유한 남자를 물어가 버렸다.
녀자는 깜짝 놀라 경황없이 도망가면서, 자기 지아비도 호랑이한테 물려 죽었다고 생각하니, 몹시 비통하고 살맛이 없어 실컷 울었다. 그런데 멀리서 한 사람이 울면서 다가오는데, 가까이 다가와 보니 바로 자기 지아비였다. 그래서 서로 그간에 상황을 주고받으며, 금세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어, 둘이 얼싸안고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