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鉛山: 강서성 동북부에 있음) 사람 아무개는 이웃집 부녀자가 몹시 예쁜 모습을 보고 그만 마음이 홀려 버렸다. 그래서 틈만 있으면 구실을 붙여 자꾸 수작을 걸었으나, 그 부녀자가 좀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 녀자에 지아비가 병들어 누웠다. 그런 뒤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큰비가 퍼붓는 어느 날, 그는 두 쪽 날개가 달린 화의(花衣: 淸나라 때 百官들이 경축일이나 명절 때 입던 구렁이 무늬 수가 놓아진 복장)를 입고 이웃집에 담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쇠몽둥이로 잽싸게 그 녀자에 지아비를 때려죽이고, 다시 담 넘어 나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번개가 쳐서 죽은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그 남자는 매파를 보내, 과부가 된 이웃집 녀자에게 청혼을 하였다. 그 녀자는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할 수 없이 그 남자에게 시집오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그런 대로 금슬이 좋고 애정도 제법 도타워졌다. 하루는 녀자가 옷상자를 뒤적이다가 화의(花衣)를 발견하였다. 하도 특이하게 만들어진 옷 모습이 괴상하여, 남자에게 무슨 옷인지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옷에 얽힌 사연을 다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녀자는 내심 몹시 놀랐으나, 겉으로는 짐짓 웃는 척하면서 말대꾸를 해주었다. 그런 뒤 이내 그 옷을 껴안고 곧장 관가로 달려가 신고하였다. 마침내 관가에서 그를 잡아다 죄를 신문하여, 교수형(絞首刑)에 처하도록 심판하였다. 교수형에 처하는 날, 갑자기 커다란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그러더니 그 몸통과 머리가 잘라져 따로 나뒹굴고, 사지도 찢어져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