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豫章: 강서성에 별칭. 옛날 郡과 縣에 명칭이기도 하였음.)에 어떤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생긴 모습과 목소리까지 완전히 똑같았다. 포대기(襁褓)에 싸인 갓난아기 적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두 형제는 얻고 잃음(得失)을 서로 견주어 보아도 모두 같았다. 서른한 살 때, 두 형제가 나란히 향시(鄕試)를 통과하여, 성(省)에서 치르는 과거에 응시하러 갔다.
마침 그들이 묵던 숙소 바로 이웃집에, 몹시 예쁜 청상과부가 있었다. 그런데 그 과부가 형에게 수작을 걸어오자, 형은 정색을 하고 거절하였다. 그리고는 아우에게도 접근할까 념려(念慮)하여, 미리 아우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고, 단단히 경계하도록 타일렀다. 그러자 아우는 짐짓 ‘그러하마’ 라고 대답한 뒤, 마침내 그 과부와 간통하였다.
그런데 이 과부는 처음에는 자기와 간통한 사람이 형인 줄만 알고, 아우라는 사실을 몰랐다. 피차간에 서로 정(情)이 무르익자, 아우는 과부에게 만약 자기가 과거에 급제하면 반드시 그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약속까지 하였다. 그러나 급제자 명단이 내걸린 결과, 형은 당당히 급제하였으나, 아우는 그만 락제(落第)하고 말았다. 그러자 아우는 다시 과부에게 한술 더 떠 거짓말을 하였다.
“내가 조정에서 치는 갑과(甲科)에 급제한 뒤, 그대를 데려가겠소.”
그리고는 로자(路資: 려비)가 모자란다고 말하자, 과부는 주머니를 털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듬해 봄, 형은 조정에서 친 갑과에 등제(登第)하였다. (아우는 조정 갑과에 응시할 자격도 얻지 못했음.) 과부는 아침저녁으로 기다렸으나, 감감 무소식으로 세월만 흐르자, 이내 답답함이 쌓여 그만 병에 걸려 눕고 말았다. 마침내 과부는 은밀히 편지를 써서 형에게 보낸 뒤 곧 죽었다.
형은 과부에 편지를 받아 보고는, 그제사 깜짝 놀라 아우를 질책하였다. 아우는 고개를 숙인 채 사정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 이듬해 아우가 낳은 아들은 곧 바로 요절하고 말았으나, 형에 아들은 정말 아무 탈도 없었다. 아우는 한없이 통곡하여 슬퍼하다가, 그만 두 눈이 갑자기 한꺼번에 멀어 버렸고, 얼마 안 되어 그만 죽었다. 그러나 형은 높은 관직에 올라 자손도 많이 두고, 그야말로 온전한 복(全福)이라고 일컬을 만큼 잘 살았다.
평(評): 보통 사람들은 환난과 재앙이 닥쳐오면, 대부분 운명이라고 내맡기고 만다. 그러나 그러지 말고 정신을 번쩍 차려, 자신이 평생 무슨 죄업을 지어 오늘날 환난과 재앙에 이르게 되었는지, 스스로 곰곰이 반성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개과천선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면 천지신명께서 분노와 견책도 거두어들일 수 있으며, 나아가 전화위복(轉禍爲福)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또한 예장에 쌍둥이 형제 중 아우와 같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