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滁州: 안휘성 滁河 유역 일대)에 왕근정(王勤政)은 이웃집 아낙과 간통하고, 서로 함께 도망하기로 밀약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아낙이 자기 지아비를 살해했다. 이 소식을 들은 왕근정은 몹시 크게 놀라, 곧장 혼자서 도망하여 강산현(江山縣: 절강성 서부에 있음)에 숨었다. 거리가 70리 이상 떨어져, 화(禍)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배가 고파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시켰더니, 주인이 2인분을 차려 가지고 나왔다. 갑자기 어안이 벙벙한 왕근정이 그 까닭을 묻자, 음식점 주인이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아니, 그러면 머리카락을 뒤집어쓰고 당신 뒤를 따라온 이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요?”
이 말을 들은 왕근정은 깜짝 놀랐다. 그는 대번에 원한 맺힌 귀신이 함께 따라 온 줄을 깨닫고, 곧장 관가에 나아가 자수하였다. 그리하여 두 남녀 모두 법에 따라 처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