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강성(浙江省) 여항현(餘杭縣)에 한 진씨(陳氏) 의사가 있었다. 그는 어떤 가난한 사람이 병들어 위독한 것을 알고, 성심껏 치료해주고는 보답(치료비)도 받지 않았다. 나중에 진의사가 길을 가다가, 비를 피해 그 집에 들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집 안주인이 며느리에게 그날 밤 의사 선생님을 모셔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도록 분부했다. 며느리는 “예, 예.” 하고 대답한 뒤, 밤이 깊어지자 의사에 잠자리에 들어가 이렇게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제 지아비를 살려주셨는데, 제가 들어온 것은 시어머님 뜻입니다.”
진의사가 그 며느리를 보니 젊고도 아름다워, 마음이 몹시 움직였다. 그러나 욕망을 힘껏 억제하며, “안 돼(不可)” 라고 스스로 타일렀다. 그러자 그 며느리가 자꾸 다가와 거세게 요청하므로, 진의사는 “안 돼, 안 돼.”를 연거푸 되뇌며, 단정히 앉아서 날 새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잘 참다가, 막바지에 하마터면 자기 절제력을 거의 잃을 뻔했다. 그러나 다시 더 큰 소리로 “‘안 돼’ 두 글자가 가장 어렵구나(不可二字最難).”고 외쳐댔다.
그리고는 날이 새기가 무섭게, 달아나다시피 그 집을 떠나갔다. 그 뒤 진의사네 아들이 과거에 응시하였는데, 시험 주심이 그 글을 보고,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 옆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홀연히 어디선가 “안 돼(不可)”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등잔 심지를 돋우어 다시 잘 살펴보았지만, 역시 별로 라고 여겨져 내던졌다. 그러자 또 다시 “안 돼, 안 돼.” 하는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다시 한 번 들어 읽어 본 뒤, 마지막으로 결심하고 그 답안을 내던졌다. 그런데 갑자기 “‘안 돼’ 두 글자가 가장 어렵구나.”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계속 들려왔다. 이에 그 답안을 채택하여 급제시켰다. 그리고 방문(榜文)을 내건 뒤, 응시자를 불러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나 응시자 본인도 전혀 알지 못해,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이 사실을 여쭈었다. 그러자 진의사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감탄하였다.
“이는 내가 젊었을 때 있었던 일인데, 뜻밖에도 하늘이 나한테 이렇게 보답해 줄지는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