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상(馮商)은 중년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 아내가 매번 그에게 첩을 들여 아들을 낳으라고 간곡히 권하였다. 나중에 서울에 갔다가, 한 녀자를 첩으로 사들여, 계약서를 작성하고 몸값까지 치렀다. 그리고 나서 그 녀자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그러자 녀자는 눈물을 흘리며 울기만 할 뿐, 말을 잇지 못하였다. 굳이 캐묻자, 자기 아버지가 나라 공물을 조운(漕運: 선박 운송)하는데 잘못하여 결손이 생겨, 이를 배상하려고 자기를 팔았다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붕상은 그를 매우 측은히 여겨, 곧 그 아버지에게 돌려보내고, 몸값으로 치른 은전(銀錢)은 되찾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 그 아내가 첩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사실대로 일러주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아내가 감탄하며 말했다.
“당신 마음 씀이 그토록 착하시니, 어찌 자식 없는 것을 걱정하겠습니까?”
과연 몇 달이 지나면서 아내가 임신을 하였다. 그러더니 아이가 태어나는 날 저녁에는, 북을 치고 나팔을 부는 시끌벅적한 행렬이 장원(壯元) 급제자를 붕상네 집까지 호송하는 모습을 동네 사람들이 모두 보았다고 하는데, 바로 그날 밤 아들이 태어났다. 그가 곧 붕경(馮京)인데, 나중에 세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관직이 태자소사(太子少師)까지 이르렀으며, 가업(家業)도 아주 흥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