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부(松江府: 上海 부근)에 사는 서생(書生) 심란(沈鸞)은 중년이 되도록 대 이을 아들을 얻지 못하였는데, 집안이 가난해 학관에 나가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루 저녁에는 학관에서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비를 만나 늦어졌다. 집에 당도해 보니, 대문은 이미 닫힌 채 방안에서 처녀 목소리가 들려 나왔다. 누구인지 알아보니 이웃집 처녀였다. 부인이 혼자 적적하게 집을 지키고 있어 말벗이나 되려고 놀러 왔다는 것이었다. 심란은 부인에게 대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자기는 비바람을 무릅쓰고 학관으로 되돌아가, 도원(道院)에서 잠을 잤다.
그날 밤 꿈에 하느님(上帝)께서 나타나시어, 두 가지 색깔에 실을 내려 주시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받으면서 잠에서 깨어났는데, 때는 막 자정 무렵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원 안에는 오색찬란한 빛이 눈부실 정도로 사방에 비치고 있었다. 이는 비가 개이면서 뿌연 안개 속에 부서져 내리는 달빛이었다.
그 후 두 아들을 연거푸 낳았다. 장남은 문계(文系)라 이름 짓고, 차남은 가소(可紹)라 불렀는데, 이들 모두 차례로 과거에 급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