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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록(不可錄) 음욕 참음은 만고 제일에 등룡문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1. 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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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杭州)에 한 관리인 고(顧) 아무개가 상부 명령을 받들어 강남(江南)으로 출장가게 되었다. 밤에 소주(蘇州)에 강가 어느 곳에 배를 정박시키고 묵었다. 그런데 별안간 한 젊은 아낙이 강물에 뛰어들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황급히 그를 저지한 뒤, 사연을 캐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낙은 이렇게 답변하는 것이었다.
“지아비가 양곡을 결손(缺損)시킨 죄로, 감옥에 갇혀 목숨이 오늘내일 하는지라, 지아비가 먼저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자살하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딱한 사정을 들은 고씨는, 봇짐을 풀어 황금 50량을 꺼내더니 아낙에게 선뜻 주었다. 아낙은 이를 받아 감사드리고 돌아갔다.
출장을 마치고 되돌아가는 길에, 배가 다시 그곳을 지나게 되어, 어떤 주막집에 앉았다. 그런데 마침 맞은 편 대문이, 지난번 목숨을 구해주고 황금까지 건네준 아낙네 집이었다. 아낙이 고씨를 알아보고, 들어가 지아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마침내 부부가 함께 나와 고씨를 집안에 초청하여 술상을 차리고 환대하였다. 그리고 지아비가 아내에게 가만히 속삭였다.
“목숨을 살려주신 은혜가 막중한데도, 집안이 몹시 가난하여 보답할 길이 없소. 그러니 당신이 오늘 밤 저 분을 모셔 답례하는 게 좋겠소.”
그래서 고씨한테 그날 밤 자기 집에서 머물도록 청한 뒤, 한밤중에 그 아낙이 고씨 침실에 찾아 들어갔다. 이에 고씨는 깜짝 놀라며, 그들 간청을 결연히 거절하였다. 그리고는 옷을 주워 입은 뒤, 황급히 도망쳐 배 안으로 되돌아왔다.
그 시간에 고씨네 고향인 항주에는, 성(城) 안에서 실화(失火)로 가옥 수십 채가 연달아 불타올랐다. 그런데 사람들이 불을 피해 나와 바라보니, 거센 불길 속에 황금 갑옷(金甲)을 입은 한 거대한 신장(神將)이 붉은 깃발을 들었는데, 손으로 그 깃발을 펼쳐 어떤 집을 둘러 감싸자, 불길이 그 집만 피해 돌아 번지는 것이었다. 불길이 잡힌 뒤 가서 보니, 그 집은 바로 고씨네 집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고씨가 큰 음덕(陰德)을 지어 천지신명이 보우(保祐)하사, 고씨네 집만 화재를 무사히 모면하였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치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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