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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북대北臺 정상에서 세찬 한류를 만나다

새 책 소개. 고행두타 묘림스님 구도기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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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북華北 지방 용마루까지 절하며 이르렀습니다. 날씨가 막 어두워지는데, 비석 누각 아래 조그마한 땅을 찾아 앉았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비가림 천막을 꺼내서 머리 위에 썼습니다. 이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북대北臺에는 바람이 몹시도 차가웠습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비는 갈수록 거세졌는데, 바람 또한 갈수록 세차게 불었습니다. 일종의 공포감이 갑자기 엄습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친 듯이 광풍이 크게 몰아치며 폭우가 왕창 쏟아졌습니다. 우리들은 비가림 천막 아래에 있었는데, 물이 마치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손으로 비가림막 한 쪽 끝을 잡아당기고, 발로 다른 쪽 한 끝을 눌러서 비를 피해보고자 했으나, 비가림막은 빨간 깃발처럼 공중에 나부끼기만 하였습니다. 사람과 지닌 물건 모두 비에 흠뻑 젖어버려서, 춥기가 말할 데 없었습니다. 마치 얼음처럼 차가운 빗방울들이 정말 돌처럼 몸을 세차게 때렸습니다.

저는 오른 손으로 비가림 천막을 잡고, 왼손으로는 어린 제자를 품안에 껴안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 손은 마치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손을 한번 웅크려 봤으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발을 움직여 봤으나, 역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몸이 꽁꽁 얼어붙은 줄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일찍부터 오대산에서는 사람이 얼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온 몸에 힘을 다해서 어린 제자를 꼭 껴안아 보호하고, 비가림막을 그 몸 위에 덮어주었습니다. 저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나부끼고 휘몰아치는 큰 비에 제 몸을 맡기고 머리부터 흠뻑 젖었습니다. 호흡하기조차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손을 뻗으니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포감이 또 한 바탕 마음에 엄습했습니다.

?보아하니 내 목숨은 이제 북대北臺에 내려놓아야겠구나.?

이때 갑자기 맹렬하게 문수보살님께 하소연하겠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3분이 지나도 비가 멈추지 않자, 저는 곧 걸었습니다.

?정말 오대산에 참배하기가 이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정말로 탄식할 만하구나!?

그래서 한 게송이 나왔습니다.

 

청량한 성지에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니,

세상 일 꿰뚫어 달관해 마장도 있지 않네.

화북 용마루에서 몸이 또 위험 당하니,

(남은) 뜻은 나중에 행해 네 은혜 보답하리.

제가 저절로 이 게송을 다 읊조리자, 비는 갑자기 멈췄습니다. 하늘을 향해 한 번 쳐다보니, 온 하늘에 별들이 총총하고 바람만 세차게 불어댔습니다. 저는 어린 제자를 불러서 일깨워서 비가림막 안에서 나오게 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벌떡 일어서자, 빗물이 바지에서부터 아래로 주르륵 흘렀습니다. 세찬 바람이 한 바탕 불자, 금세 얼음 기둥이 되었습니다.

?안 되겠어. 뭔가 방법을 생각해야지.?

오대산에는 평평한 산이 많아서 바람을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대회진에 돌아갈까? 안 돼. 길도 없어!?

위를 향해 쳐다보자 등불 빛이 보였습니다. 한 바탕 놀라움과 기쁨이 일었습니다.

?됐다! 옷과 발우만 가지고 가자!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어! 목숨을 지키는 게 중요해.?

저는 어린 제자를 이끌고 밤빛에 컁컁 소리 나는 얼음바닥을 밟으며 위로 올라갔습니다. 위로 올라가서 황급하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누군가 말소리가 나기에 제가 말했습니다.

?사부님, 저희들은 오대산에 참배 온 사람인데, 너무나 큰 비가 내렸고, 너무나 추워서 얼어 죽을 지경이라, 하룻밤 묵기를 청합니다.?

안에 있는 사람이 남문으로 가서 부르라고 말하기에, 저희는 남문으로 걸어가서 불렀으나, 한나절을 불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또다시 반나절을 두드렸는데도, 역시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문은 바람 통로 입구에 있었는데, 우리 두 사람은 얼음으로 된 사람처럼 바람 속에 서있었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 이 세상에 우리보다 불쌍한 사람이 또 있을까? 정말로 고통스럽구나. 이 모두 인과응보겠지.?

우리는 정말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쪽 전각 모서리까지 걸어가서, 어린 제자를 안에 앉게 하고, 저는 바깥에서 그를 감싸 앉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에 저는 제자를 불러서 일깨우며 잠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날이 새자, 우리들은 다시 일어났습니다. 기념으로 받은 손목 염주가 모두 얼어서 부서졌습니다. 얼음처럼 빳빳이 굳은 손은 굽힐래야 굽혀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대로 산을 내려와서, 산비탈 위에서 아래로 굽어다보니, 우리들 물건은 비바람에 휘몰아쳐 비탈 아래로 내려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내려가서 끌고 돌아와서, 계속 참배를 해나갔습니다. 수레를 끄는 밧줄은 어린 제자 허리에다가 묶었습니다. 그가 끌면 저는 한편으로는 절하면서, 한편으로는 밀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지나자, 모두 몸에서 땀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숨을 내쉬면서 안도하였습니다.

?정말 위험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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