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넷째로 대인이 피곤하거나 게으르지 않는 공덕(第四大人不疲惓功德)을 설합니다.
經曰:
汝等比丘! 若勤精進, 則事無難者. 是故, 汝等當勤精進, 譬如小水常流, 則能穿石. 若行者之心數數懈廢, 譬如鑽火未熱而息, 雖欲得火, 火難可得. 是名精進.
“비구 여러분! 만약 부지런히 정진한다면, 무슨 일이든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적은 물이 오래 흐르면 돌도 뚫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수행자 마음이 자주 게을러지고 자주 그만두면, 마치 부싯돌을 쳐서 불을 지피는데 (발화점 이상으로) 충분히 뜨거워지기도 전에 그만두고 쉬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불을 얻고자 하지만, 불이 그리 쉽사리 얻어지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정진입니다.?
論曰:
4. 여기서 피곤하거나 게으르지 않음(不疲惓)은, 외도와는 다른 정진(不同外道精進)을 나타냅니다.
(1) 經에서?汝等比丘, 若勤精進, 則事無難者?는, 착한 길(善趣)로 나아가는 모든 법(一切法)과 모든 수행(一切行)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음을 성취(成就不退轉)함을 뜻합니다.
【절요】피곤함이나 게으름이 없다(無疲惓)면, 모든 수행법문에서 선善에 들어갈 수 있으니, 어찌 외도의 무익한 고행과 같겠습니까?
【보주】물을 퍼내 구슬을 되찾거나(抒水還珠),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재상 인장을 얻거나(刺股取印), 멈춘 자리에서 도를 이루는(輟席成道) 등, 세간 및 출세간에 무슨 어려운 일이 있겠습니까??어찌 외도와 같겠습니까??라는 말은, 지금 올바른 길(正道)을 부지런히 닦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냅니다.
【강의】?서수환주抒水還珠?는?바닷물 퍼서 구슬 되찾기?로 지극한 정성과 정진精進을 뜻하는데, 불경에 나온 고사성어 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환락무우歡樂無憂국에 마하단摩訶檀거사 아들 대의大意로 태어나 열입곱 살에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바다로 구슬을 구하러 갔는데, 은성銀城ㆍ금성金城ㆍ수정성ㆍ유리성을 차례로 들러 왕한테 명월주明月珠(여의주) 하나씩 모두 넷을 얻어 돌아오는데, 이를 빼앗으려는 해신海神들 꾐에 걸려 보여주다가 바다에 빠뜨려 이를 찾으려고 한마음으로 바닷물을 퍼내기 시작했답니다.
정성에 감동한 사천왕이 내려와 도와주어 바닷물 2/3를 퍼내자, 해신들이 놀라며 자기네 궁전이 무너질까 두려워 끝내 스스로 네 구슬 모두 돌려주었다는 전생인연담입니다. 구슬을 갖고 돌아온 대의는 궁핍한 중생들한테 아낌없이 보시하여 세세생생 공덕을 쌓아 부처님이 되셨답니다.
같은 전생담인 듯한데, 보시普施라는 보살이 출가 사문이 되어 중생을 위해 바다로 보배 구하러 갔는데, 은성‧금성‧유리성에 차례로 들어가 천신한테 명월진주 하나씩 셋을 얻어 갖고 나오다가 해신들이 빼앗아가자, 발을 걷고 바가지로 바닷물을 철위산 밖으로 퍼내면서, 금생에 못 다하면 세세생생 물을 푸겠다고 서원하자, 정성에 감동한 변정천遍淨天이 내려와 8/10을 퍼주니, 해신들이 두려워 돌려주었답니다.
?자고취인刺股取印?고사는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에 나옵니다. 소진蘇秦이 연횡連橫책으로 진秦 혜왕惠王을 찾아가 유세하고 물러나 열 번이나 글을 올렸으나, 끝내 쓰이지 못하여 가죽옷이 헤지고 황금 열 냥이 다 떨어져 꾀죄죄한 모습으로 귀가하자, 부모와 아내 친지까지 모두 멸시하였답니다.
이에 소진이 크게 발분發憤하여 밤낮으로 다시?태공음부太空陰符?를 암송하고 연구하는데,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 피가 발뒤꿈치까지 흘렀습니다. 마침내 조왕趙王을 찾아가 유세하자, 조왕이 크게 기뻐하고 무안군武安君에 봉하여, 소진은 재상 인감을 받고 가죽 수레 백승百乘과 황금 만일萬鎰 등 엄청난 녹봉을 받는 최고관직에 올라, 가족한테 받은 모멸과 수치를 설욕했답니다. 흔히 인추자고引錐刺股로 쓰거나, 아예 줄여?자고刺股? 두 글자로 씁니다. 또 한漢 나라 손경孫敬이 글공부할 때 졸음이 오면 머리를 들보에 묶어 공부했다는 고사와 합쳐,?자고현량刺股懸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철석성도輟席成道?는 관용慣用 고사성어가 없으며,?철석輟席?도 《고려대장경》엔 나오지 않고,《中華電子佛典CBETA》를 검색하면 모두 8회 나오는데,?경전 전부를 총결론 짓고 자리를 멈춘다(걷는다)?는 취지로 나옵니다. 더 이상 볼 게 없이 끝맺는 완성을 뜻하는 ?관지觀止?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편《화엄경》에 보면, 보살의 열 가지 보시 가운데, 보살이 온갖 생필품을 자기가 받아쓰면 편안하고 즐거우며 오래 살 수 있는데, 만약 자기가 씀을 멈추고(버리고) 남한테 베풀면 자신은 곤궁하고 괴로워 일찍 죽을 거라(若自以受用, 則安樂延年; 若輟己施人, 則窮苦夭命.)고 사유하면서도,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자기 목숨이 다하더라도 기꺼이 보시하는?갈진시竭盡施?가 나옵니다.
또, 보살은 자기 몸 일부를 보시하면서도, 우담바라꽃처럼 얻기 어려운 아주 드문 청정심으로 기꺼이 보시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요긴한 사용을 멈추어(내버려) 베풀면서도, 싫어하거나 서운함이 전혀 없는 마음(輟身要用ㆍ無所嫌恨心施)으로 오히려 중생의 성취를 발원하며 회향한다고 합니다.《선문념송집禪門拈頌集》에도 세존께서 자기를 멈추고(버리고) 남을 따르자, 외도들이 숙연히 존경‧찬탄했다(世尊輟己從人, 外道因齋慶讚)는 법문이 나옵니다. 또“자기를 멈추고(버리고) 남한테 양보한다(輟己讓人)?는 성어나,“잔재주를 부리려다 오히려 졸렬해진다(弄巧成拙)?는 성어도 있습니다.
여기서 철輟은 본디?멈추다??그치다?는 뜻인데, 버릴 사捨와 같은 의미로 쓰여 보시와 양보를 나타냅니다. 즉,?철석성도輟席成道?는 부처님 전생인연담에서 많이 나오듯이, 보살이 자기 몸과 목숨을 내버려(輟) 보시하면서도, 아깝거나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서 자기 말이 진실한지 맹서를 발하는 순간, 그 자리(席)에서 곧바로 온전한 원래 모습을 되찾고 보살도(道)를 이룬다(成)는 고사들을 떠올리면서, 련지蓮池대사가 손수 지어 쓴 성어인 듯합니다.
(2) 비유로 정진의 공덕과 게으름의 허물을 나타냅니다.
1)?是故汝等當勤精進?은,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不退轉을 성취할 수 있으려면, 모름지기 닦고 익혀 오래 함양(修習長養)해야 함을 일깨웁니다.
2)?譬如小水常流, 則能穿石?은, 쉬지 않고 정진하면 큰 위력을 성취함을 뚜렷이 보여주는 비유입니다.
3) 다음으로 게으름의 허물(懈怠過)을 말합니다. 經에서?若行者之心, 數數懈廢?이하는, 항상 정진하지 못하면 생각하는 곳(念處)이 사라지거나 물러나(退失) 마음지혜(心慧)를 성취하지 못함을 비유로 뚜렷이 보여줍니다.
【절요】불(火)이란 거룩한 도(聖道)가 미혹의 땔감을 태울 수 있는 불과 같다는 비유입니다. 난정煖頂 이하는 모두?뜨겁지 않다(未熱)?고 부릅니다. 이미 뜨거운 다음에도 식어버리면 오히려 불이 일지 않거늘, 하물며 뜨거워지기도 전에 자주 쉰다면, 비록 몇 겁이 지나더라도, 끝내 불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명한 이치로 게으름(懈怠)의 허물을 말한 것입니다.
《화엄경》게송에 보면,“예컨대 부싯돌을 문질러 불을 구할 때, 불이 일지도 않아서 자주 쉬면, 불기운도 따라서 그쳐 사라지듯이, 게으름 피우는 자도 또한 그렇다.(如鑽燧求火, 未出而數息, 火勢隨止滅, 懈怠者亦然.)?고 합니다.《화엄경》소疏에서는 3혜三慧 관점에서 게으름을 밝히는데, 문聞으로는 들어 익힘을 자주 쉬면 밝은 이해(明解)가 생기지 않고, 사思로는 선택결정을 자주 쉬면 참 지혜(眞智)가 생기지 않으며, 수修로는 선정과 지혜(定慧)를 자주 쉬면 거룩한 도가 생기지 않는다고 일깨웁니다. 선종 여섯 조사께서 다함께 이 비유를 전하시니, 바라건대 배우는 자들은 허리띠에 쓰고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보주】정진精進도 두 가지 의미가 있으니, 구체 사물로는 생각 생각마다 부지런히 닦음(念念勤修)이요, 추상 이치로는 생각 생각마다 텅 비어 고요함(念念空寂)입니다. 한 생각 일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참 정진입니다.
【해설】부지런하면 나태하지 않고, 정밀하면 잡스럽지 않으며, 전진하면 후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삼승三乘 성과聖果도 얻기가 어렵지 않으니, 외도들의 백해무익한 고행과는 다릅니다.
【강의】제가 국민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한번은 저희를 부드럽고 따끔히 훈계하셨습니다. 한 학년 진급한 저희가 말을 잘 안 들어, 4학년 담임선생님이 속상해 울자, 당신이 가르쳤던 도의적 책임에서 나선 것입니다. 그때 들은 말 한마디가 평생 마음에 새겨져 뇌리에서 떠난 적이 없으니, 바로?낙숫물이 돌을 뚫는다?는 말이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속담이려니 생각했는데, 대만 유학 때?가는 물이 길이 흐른다(細水長流)?는 성어成語를 듣고는 인류문화 및 사상의 일반보편성으로 여기며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귀국한 다음 천인대동서당天人大同書堂을 열어 고전 강의를 하면서 펼쳐든《유교경遺敎經》에서,“비유하자면, 적은 물이 늘 흐르면 돌도 뚫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譬如小水常流, 則能穿石.).?는 구절을 보는 순간, 그 연원이 아주 오래된 부처님 법문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거의 다 까먹었는데, 이 지혜로운 부처님《유교경》법문 구절은 한번 들은 뒤 몇 십 년 동안 잊히지 않고 늘 생생하고 새롭게 마음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진실로 늘 나를 일깨우며 채찍질한 가르침이기에 잊을래야 잊힐 수가 없었습니다.
그밖에도 게을러지려 할 때 저를 일깨운 정진精進 잠언이 더 있습니다. 중학교 때 한문시간에 배운 걸로 기억하는데,《명심보감》에 나오는지 인구에 널리 회자하는 격언으로,?학문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곧 뒤로 물러난다.(學如逆水行舟, 不進則退.)?는 교훈이 있습니다. 우익대사는 거꾸로?전진하면 후퇴하지 않는다.?고 일깨웁니다.
또《렬자列子》에 나오는?우공이산愚公移山’은, 괭이와 삼태기로 자손 대대로 끊임없이 흙을 퍼내면, 언젠가는 집 앞 산을 집 뒤로 옮길 수 있다고 확신했던 북산北山 우공愚公!《순자荀子》에도《이솝우화》에?토끼와 거북이 경주?보다 더 간단명료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격언이 나옵니다!?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跛鼈千里: 파별천리)?로자에 나오는“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구층 누각도 터다짐부터!?라는 격언보다 더 큰 감동입니다.
만세사표萬世師表 공부자孔夫子 학습정진은 어찌 또 빼놓겠습니까? 열 가구만 모인 동네면, 반드시 충신효제忠信孝悌가 자기만한 사람이 있겠지만, 자기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답니다. 스스로 배움에 싫증나지 않고, 남을 가르침에 피곤하지 않았다(學而不厭, 誨人不倦)니, 과연 만세사표師表입니다. 그 비결이 뭘까요?
《주역周易》을 읽으며 해답을 찾았습니다.“하늘 운행은 (조금도 멈추거나 게을러지거나 어긋나지 않고) 씩씩하니, 군자는 그걸 본받아 쉼 없이 스스로 강인하게 다잡는다.(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
불교경전에서 풍자하는?기왓장 갈아 거울 만들기?는 원시불능이겠지만,?철봉 갈아 바늘 만들기?는 꾸준히 정진만 하면 가능한 일입니다. 겨울에 지평선 나지막이 누워버린 햇살은, 곱은 손을 덥히기에도 턱없이 모자라지만, 허나 돋보기로 초점을 잡고 몇 분만 꾸준히 집중하면 불을 지필 수 있습니다. 바로 일념一念과 정진精進으로 우리 마음을 밝히고 불성佛性을 깨닫는 수행도 또한 그러하다고 믿습니다.
三. 2. 지족공덕 知足功德 (0) | 2023.0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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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3. 대인원리공덕 大人遠離功德 (0) | 2023.01.14 |
三. 5. 불망념공덕 不忘念功德 (0) | 2023.01.14 |
三. 6. 선정공덕 禪定功德 (0) | 2023.01.14 |
三. 7. 지혜공덕 智慧功德 (1) | 2023.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