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욱智旭은 출가하기 전에 이《유교경》을 읽었는데, 그때 이미 구구절절이 피눈물임을 알았습니다. 출가하여 머리 깎고 승복을 입은 뒤에도 감히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한스러운 바는, 지혜가 얕고 업장이 두터워, 유유자적하며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이 부질없이 20여년을 허송세월하고 만 사실입니다. 아직 도인도 되지 못하고, 또한 일반인도 아닌 어중간한 처지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스스로 부끄러워지고, 거울을 마주 대하면 겸연쩍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도 헛된 명성에 잘못 휩쓸려 불자들 공경을 받아 빚만 졌는데, 보돈甫敦 심거사沈居士가 이 경전을 해석해달라고 간곡히 청해 왔습니다.
오호라! 내가 세간과 출세간 공덕을 두루 닦지 못하고서, 단지 언어와 문자로써 법보시한다고 해설했으니, 어찌 여러 천상天上에서 설법하는 새들과 다를 바 있겠습니까?! 허나 비록 한 틈새 비추는 빛(지혜)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내 차마 스스로 아끼지 (인색하게 굴지) 않고 성의를 다했습니다. 원컨대, 이 공덕을 서방 정토에 회향하노니, 거기 왕생해서도 여전히 가릉빈가迦陵頻伽가 되어 아미타불 대신 법의 요점을 널리 펼 수 있다면 그만이겠습니다!
갑신(甲申: 1644)년 9월 20일 씀
七. 갖가지 자성을 벗어나 내가 없는 청정함(離種種自性淸淨無我分) (0) | 2023.01.13 |
---|---|
부록1. 련지蓮池 대사 발문跋文 (0) | 2023.01.13 |
부록3. 당唐 태종太宗 황제의《유교경》시행 칙문勅文= (0) | 2023.01.13 |
부록4. 송宋 진종眞宗 황제의《유교경》간행사[출처] 부록4. 송宋 진종眞宗 황제의《유교경》간행사 (0) | 2023.01.13 |
옮겨 펴내면서(譯序) (0) | 202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