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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이 릉엄경 혈서로 정토를 장엄케 한 용맹에 덧붙여

철오선사어록. 철오선사어록 하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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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이 릉엄경 혈서로 정토를 장엄케 한 용맹에 덧붙여

(跋禪人勇健血書楞嚴經莊嚴淨土)

 

 

수릉엄(首楞嚴)이란 본래 성품에 맞갖는(딱 들어맞는) 위대한 선정(禪定)의 명칭입니다. 여래장의 마음으로 본체 성품을 삼고, 귀로 소리 듣는 원통[耳根圓通]으로 입문하여, 궁극의 성인 과위를 구경의 목표로 삼습니다. 이는 여래장 성품의 리치에 의지하여, 성품에 딱 들어맞는 수행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여래장 성품의 전체로 증득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경의 전체 대의 요지는 여기에 다 있습니다. 그래서 문수보살이 여기서 결론으로 경의 명칭을 여쭙는 것입니다.

그 후에 중생들이 이러한 요지를 잘 몰라 7(七趣: 六道 이 보태짐) 륜회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수릉엄을 닦아 다섯 부류 마구니의 농간과 교란을 방지하여야 함을 다시 덧붙여 밝히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통 종지를 안에서 떠받쳐 주며, 주요한 급선무를 보충해 주는 것일 따름입니다. 이 경 가운데 정토를 함께 밝힌 곳은 네 군데입니다.

첫 번째는, 대세지 법왕자께서 초일월광불(超日月光佛)한테서 념불 법문 배워 수행한 내용을 친히 석가모니부처님께 여쭙는 곳입니다. 여기서 진술한 념불 법문은 지극히 절실하고 긴요합니다. 대사(大士: 보살)께서 원인을 닦아 결과에 계합하고[修因契果] 자기를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함은, 오직 념불 하나로 모두 원만히 갖추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간혜지(乾慧地) 가운데, “눈앞에 남은 바탕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는다[現前殘質, 不復續生].”고 말씀하신 곳입니다. 무릇 간혜지란 비록 오주(五住) 번뇌를 원만히 조복했지만, 보는 미혹과 생각하는 미혹[見思惑]은 오히려 아직 끊기지 못한 경지인데, 어떻게 바로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는 성인과 중생이 함께 거주하는 사바 예토[同居穢土]를 초탈하여 곧장 동거정토(同居淨土)에 왕생하기 때문인데, 지자(智者) 대사가 그 분명한 증인입니다.

세 번째는, ‘감정과 이상이 오르내리는[情想升沈]’ 단락 가운데, “감정이 전혀 없고 순수한 이상만 가득하면 곧장 날아올라 반드시 천상에 생겨난다. 만약 날아오르는 마음이 복덕과 지혜를 함께 갖추고 청정한 발원까지 지녔다면, 저절로 마음이 열리면서 시방세계 부처님을 뵙고 청정한 불국토에 원력 따라 왕생한다.”고 말씀하신 곳입니다. 앞의 간혜지는 오히려 성현의 지위에 속하지만, 여기서는 일반 범부 중생이라도 순전히 이상으로 가득 찬 마음이면 곧 정토 왕생의 자격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우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대자비심으로, 치성한 륜회의 불길 속에서 이처럼 삼계(三界)를 가로질러 벗어나는 요긴한 방도를 특별히 들어 보이신 것일 따름입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성인의 과위에 들지 못한 숱한 중생들이 림종에 왕생하신 사례들이 그 증거입니다.

네 번째는, 마지막 유통분(流通分) 가운데, 만약 어떤 사람이 몸소 중죄를 져서 시방세계의 무간지옥을 영겁토록 거쳐야 하는 운명일지라도, 일념으로 이 법문을 펼쳐 전한다면, 지옥 고통을 받을 원인이 안락국토의 원인으로 바뀐다고 말씀하신 곳입니다. 중죄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경미한 죄나 죄 없는 자는 오죽하겠습니까? 복덕 없는 자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복덕 있는 자는 오죽하겠습니까? 한 순간 념불해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오랫 동안 념불하거나 일년 내내, 나아가 한평생 종신토록 념불하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한 사람들의 왕생은 중품이나 하품이 아닐 것입니다. 고금에 불법을 널리 펼친 여러 대사들께서 림종에 뚜렷한 모습을 나토시며 왕생하신 사례들이 그 증거입니다.

무릇 념불 법문은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을 끌어들이며 상··하 세 근기 모두 자비로운 은택을 입습니다. 반면 귀로 소리 듣는 원통 법문은 오로지 이 사바세계 중생만 끌어들이며, 그 중에서도 오직 상근기한테만 이롭습니다. 이 원통 법문은 아난한테 고향 집에 되돌아갈 길을 가리켜 주기 위하여 문수 대사께서 곡진하게 선택하신 것이지, 오직 귀로 소리 듣는 법문만이 수승하고 념불 법문은 졸렬하다는 말씀은 결코 아닙니다. 경전을 독송하는 분은 바로 이 점을 잘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선인(禪人)이 이 수릉엄경을 혈서로 써서 큰 법을 널리 펼치는 일은, 참으로 있기 드물고 행하기 어려운 수행입니다. 그는 당연히 극락 왕생의 자격을 이미 갖추었음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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