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明)나라 때 왕대계(王大契)가 련지대사(蓮池大師)께 여쭈었다.
“제자는 스승님에 ‘산목숨 죽이지 말라’는 ‘계살문(戒殺文)’을 본 뒤로, 마침내 완전 채식(長齋)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오직 이놈에 색욕(성욕)이 마음에 너무도 치성하여, 도대체 어떻게 꺼뜨려 없앨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스승님께서 적당한 방편법문으로 가르침을 주시어, 색욕에 쾌락이 살생(殺生)에 참혹함과 똑같음을 관찰(사유)할 수 있도록, 자상히 이끌어주시길 간청합니다.”
그러자 련지대사(蓮池大師)께서 이렇게 대답해주셨다.
“살생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고통스런 일이기에, 그 참혹함을 말하기가 쉽소. 그런데 욕정(성욕)이란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생각하기에) 아주 즐거운 일이라서, 그 참혹함을 말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소. 그래서 이제 여기 한 가지 적당한 비유로 대신 말해 보겠소. (아주 먹기 고약하고 누구나 먹기 싫어하는) 나쁜 음식에다 (누구나 보고 알아차릴 수 있도록) 명명백백하게 독약을 넣어두는 것이 살생에 참혹함이라면, (아주 맛있고 향기로우며 누구나 먹고 싶어 하는) 훌륭한 음식에다 (아무도 모르고 알아차릴 수도 없게 감쪽같이) 은밀히 독약을 섞는 것이 욕정(성욕)에 참혹함이라오. 지혜로운 이여, 잘 생각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