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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出家)

인광대사가언록. 궁금증 풀고 정견으로 정진하세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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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출가(出家)

 

무릇 불법(佛法)은 구법계(九法界)에 두루 통용하는 공공의 법[公共之法]이오. 그래서 불법은 어느 누구도 닦아서는 안 될 사람이나, 닦을 수 없는 사람이 전혀 없소. 재계(齋戒)를 지키며 염불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효험이 널리 퍼져, 정법과 불도가 크게 흥성하며, 풍속과 인심이 순박하고 선량해진다오. 그래서 염불하는 사람은 많을수록, 더욱 아름답고 좋소. 단지 염불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만 염려하면 되오.

그런데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일은, 여래께서 정법과 불도를 이 세상에 주지(住持: 안주 유지)시키고 유통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놓으신 제도이오. 만약 향상(向上)의 뜻을 세우고 대보리심을 발하여, 불법을 연구하고 자성(自性)을 철저히 깨달은 뒤, 지계·선정·지혜의 삼학(三學)을 펼치고 정토 염불을 찬탄하기 위해 출가한다면, 현생의 단 한번 수행으로 단박에 윤회 고해를 벗어날 수 있소. 이런 스님은 많을수록 좋고, 다만 많지 않을까 염려해야 되오.

그러나 만약 약간의 신심만 가지고 향상의 큰 뜻은 없으면서, 스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한가하게 놀기 좋아하고, 부처님께 의지하여 구차하게 생계나 해결하기 위해 출가한다면, 이는 말만 불자(佛子)이지, 실제로는 까까중[髡民: 옛날 죄수들의 머리를 싹 깎았는데, 세간에서 스님을 폄하하여 곤노(髡奴)라고 불렀음.]에 불과하오. 이런 스님은 설령 악업을 짓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미 불법의 퇴폐 종자[敗種]이며, 국가의 쓰레기 인간[廢人]에 불과하오.

하물며 계율을 파괴하고 악업을 지어, 불교에 모욕과 수치를 안겨 준다면, 설령 살아 있는 동안 국법은 빠져 나갈지 몰라도, 죽어서는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오. 이런 사람은 자기에게나 불법에게나 모두 백해무익한 존재가 되오. 이런 스님은 한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많아서야 되겠소?

옛 사람들이 출가는 대장부의 일이며, 장군이나 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소. 이는 진지한 말이고 성실한 말이오. 결코 장군이나 재상을 낮추고, 승가를 높이기 위하여 과장한 말이 아니오. 부처님의 가업[佛家業]을 짊어지고, 부처님의 혜명[佛慧命]을 이어 받아야 하기 때문이오. 그래서 무명을 깨뜨려 본성을 되찾고, 정법과 불도를 널리 펼쳐 중생을 이롭게 할 사람이 아니면, 스님이 될 수 없는 것이오.

요즘 스님이 되는 사람은 대부분 비루하고 썩어빠진 무뢰배들로, 그저 유유자적하며 편안히 살려고 출가하는 자들이오. 재계(齋戒)를 지키며 염불하는 스님도 별로 찾아볼 수 없거늘, 하물며 부처님의 가업을 짊어지고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갈 만한 스님이리오?

지금 불법이 줄곧 퇴폐하여 땅바닥에 떨어진 것은, ()나라 세조(世祖: 연호는 順治. 16441662 재위)가 시기(時機)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내린 조치에서 비롯하였소. 부처님 법제를 우러러 따른다는 생각에서, 명나라의 시승(試僧: 僧科 시험) 제도를 혁파해 버리고 도첩(度牒: 출가를 허가하는 공문서)을 영구히 면제해 주어, 아무나 임의로 출가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오. 이 조치가 맨 처음 발단이 되었소.

무릇 임의 출가는 상근기의 선비에게는 크게 유익하지만, 하근기의 중생에게는 크게 손해가 되오. 만약 세상에 모두 상근기의 선비만 있다면, 임의 출가의 법이 정법과 불도에 정말로 크게 유익할 것이오. 그러나 상근기의 선비는 기린(麒麟: 중국 전설상의 신령스런 동물로, 지금 말하는 목 긴 기린이 아님)의 뿔처럼 매우 드물고, 하근기의 중생은 소의 터럭처럼 무수히 많소.

그러다 보니, 선지식이 숲처럼 많던 청 초기부터 건륭(乾隆: 高宗 연호. 17361795 재위) 년간까지는 잠시 이익이 있었으나, 그 후로는 폐단과 부작용이 후세에 널리 퍼지게 되었소.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폐해가 이미 극도로 범람하여, 설령 선지식이 한 바탕 크게 정돈하고 싶어도, 어떻게 손조차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소. 그러니 어찌 슬프지 않겠소?

앞으로 출가하려는 사람은, 첫째, 진실로 자신과 중생을 함께 이롭게 하려는 대보리심을 발하는 요건과, 둘째, 남보다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타고난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삭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오. 그렇지 못한 자는 출가할 수 없도록 해야 하오.

여자들은 신심이 있으면 집에서 수행하도록 권하고, 절대로 출가해서는 안 되오. 혹시라도 파탄에 빠지는 경우가 있으면, 불교 문중을 적지 않게 더럽힐까 두렵기 때문이오.

남자들이 진실한 수행[眞修]을 하려면, 출가가 더욱 쉽소. 선지식들을 참방하고 총림(叢林)에 의지해 머물 수 있기 때문이오. 그러나 여자가 진실한 수행을 한다면, 출가가 도리어 더 어렵소. 움직일 때마다 세상의 혐의(嫌疑)와 비방을 불러일으키고, 평범한 일상사들도 자기 뜻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오. 만약 위[: 국가를 지칭한 듯]에서 삭발 제도를 잘 분간 선택하여, 비구니(여승)의 출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법을 보호 유지하고 법문을 정돈 수습하는 첫째 요건이 될 것이오.

출가라는 일을,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피신과 은둔의 안식처로 생각하오. 더 한심한 자들은 살 길이 없어 생계를 해결하는 방편으로까지 여기고 있소. 그래서 요즘 출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뢰배 출신이오. 정법과 불도가 땅바닥에 떨어져 사라지려고 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부류의 출가자들이 정법을 파괴한 소치라오.

지금의 스님들은 정말로 사람들에게 신심을 내도록 하기가 어렵소. 앞선 스님들을 추도하면 되었지, 어찌 스님들을 비방할 수 있단 말이오? 훌륭한 분을 거론하여 잘못된 사람을 경책·훈계한다면, 허물이 없을 것이오. 그러나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는 스님은, 경책이나 훈계도 입을 꼭 다물어야 하오. 이러한 일은 오직 덕망 있는 큰스님네들이나 비로소 할 수 있지, 아직 깃털도 채 마르지 않은 햇병아리 부리로 지껄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오.

만약 출가하고자 발심하여 찾아오는 자가 있다면, 자신이 아직 도를 증득하지 못하여 그의 근기(根機)를 통찰할 수 없는 경우, 마땅히 위로 부처님께 예배기도 드리고, 출가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그윽이 보여 주시도록 자비를 간구하여야 할 것이오. 그래야 무뢰배나 썩어 빠진 종자들이 (승가에) 섞여 들어오는 폐단을 막을 수 있소.

그런데 요즘 스님들이 출가 제자를 받아들이는 걸 보면, 오직 수가 많지 않은 것만 걱정하는 듯하오. 하근기의 부류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오히려 그가 마음 변해 달아날까 두려워하며, 즉각 받아들이기에 급급하고 있소. 누가 이렇게 선택하고 결단하겠소? 명리(名利)를 탐하고 권속(제자)을 좋아하느라, 결국 불법이 땅바닥에 떨어져 다시 흥성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오.

출가하여 만약 진실로 수행에 정진하지 아니하면, 시정(市井)의 못된 버릇[習氣]이 세속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심하게 되오. 이러한 악습을 멀리 떨쳐버리고자 한다면, 우선 모름지기 세간의 일체 법은 모두 고통이고[], 텅 비었으며[], 덧없고[無常], ‘가 없으며[無我], 깨끗하지 못하다[不淨]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오.

그러면 탐욕·성냄·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이 일어날 수 없을 것이오. 그래도 삼독의 불길을 멈출 수 없는 경우, 충서(忠恕)와 인욕(忍辱)으로 다스리면 저절로 그치리다. 만약 또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면, 죽음[]을 가상해 보시오. 그러면 아무리 끝없고 치열한 번뇌라도 청량(淸凉)하게 승화할 것이오.

우리 석가 문중의 제자들은 도를 이루어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이 최고 최상의 보은의 길이오. 단지 여러 생 동안의 부모님께만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무량겁(無量劫) 이래로 사생육도(四生六道)를 윤회하면서 몸을 받은 모든 부모님께 보답하여야 하오. 또 단지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때만 효도와 공경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뒤 부모님의 영혼의식[靈識]이 윤회 고해를 영원히 벗어나 바른 깨달음[正覺]에 안주하시도록 천도해 드려야 마땅하오.

그래서 석가 문중의 효도는 어두침침하여 분명히 알기 어렵다고 말들 하오. 이에 반해 유가의 효도는 부모 봉양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소. 만약 석가 제자들이 부모를 하직하고 출가한다면, 정말로 끝내 부모 봉양을 돌보지 않을 수 있겠소?

무릇 부처님 법제에 따르면, 출가하려면 반드시 부모님께 여쭈어야 하오. 만약 부모님을 부탁할 만한 형제나 아들조카가 있으면, 부모님께 그러한 청을 여쭙고 허락을 받아야, 비로소 출가할 수 있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삭발을 허용하지 않소. 출가한 뒤 형제나 가족에게 사고가 생겨 부모님께서 의탁할 곳이 없어지면, 자기 의식주 비용을 덜어내어 부모님을 봉양할 수 있소.

그러한 실례로, 장로사(長蘆寺)의 종이(宗頤) 선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세간 경전에 박학 통달하였는데, 29세에 출가하여 선종의 요지를 깊이 깨달은 뒤, 홀어머니를 방장실 동쪽 방에 모셔와 염불로 극락정토 왕생을 구하라고 권하여, 어머니가 7년 만에 염불하며 서거했다는 아름다운 기록이 전해지오.

또 당나라 때 황실의 종친 출신인 도비(道丕) 스님은, 첫 돌 무렵 부친이 국가를 위해 전몰하자 7세 때 출가하였는데, 19세 때 세상이 혼란스럽고 곡식이 비싸지자, 모친을 업고 화산(華山)에 들어가 몸소 곡식을 심으며 걸식하여 모친을 봉양하였소. 그러다가 이듬해 부친이 전몰한 확산(霍山) 전장(戰場)터에 가서, 백골을 모아 놓고 경전과 주문을 경건히 염송하며, 부친의 유골을 찾게 해달라고 며칠간 계속 기도했다오. 그랬더니 마침내 부친의 유골이 뛰쳐나와 도비 스님 앞으로 곧장 오므로, 나머지 백골들을 잘 묻어 준 뒤, 부친의 유골을 모시고 돌아와 장례를 지냈다는 기적도 전해진다오.

그런 까닭에 경전에도, “부모님을 공양한 공덕은 일생보처(一生補處)의 보살을 공양한 공덕과 같다.”고 말씀하셨소.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재계(齋戒)를 지키며 염불로 극락왕생을 구하시도록 온갖 좋은 방편을 다해 권해 드리고, 돌아가시면 자신이 경전 독송하고 염불하는 수행 공덕을 항시 부모님을 위해 지성으로 회향 기도해 드려야 마땅하오.

그래서 부모님께서 오탁악세(五濁惡世)를 영원히 벗어나고 육도 윤회를 해탈하여, 무생법인을 증득하고 불퇴전의 지위에 오르신 뒤, 미래세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하여, 자신과 남들이 함께 깨달음의 도를 성취하실 수 있도록 인도해 드려야 하오. 이래야만 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진짜 불자의 위대한 효도가 된다오.

출가해서 스님이 되는 제도는, 오로지 불승(佛乘)에 뜻을 두고 정법과 불도를 안주유지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오. 그렇다고 해서 불법이 오직 스님네들만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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