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현安溪縣 동악성황東岳城隍에 재판裁判
청(淸) 나라 도광(道光) 년간에, 안계현(安溪縣) 소재지(城) 포조항(蒲厝巷)에 사는 김(金)씨가 객지에 나가 장사하는 사이, 그 아내가 오운제(吳雲梯)라는 거인(擧人)과 간통하였다. 김씨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아내는 간부(姦夫)와 함께 지아비를 처치하기로 음흉한 꾀를 짰다. 푸른 대 비단뱀(靑竹絲蛇)을 대통(竹管)에 넣어 숨겨놓았다가, 지아비가 돌아오면 환영하는 피로연을 열어 술을 권하는 기회에 지아비한테 잔뜩 술을 먹이고, 대통을 만취한 지아비 코 구멍에 대고 반대편에서 뱀 꼬리에 불을 붙여, 뱀이 코를 통해 배속에 기어들어가 김씨를 물어죽이게 한다는 음모를 은밀히 꾸몄다.
어느 날 김씨가 집에 돌아오자 아내와 간부는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음흉한 살인 과정을, 우연히도 그 집에 숨어든 좀도둑 리빈(李彬)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훔쳐보게 되었다. … 중략(中略) ….
하루는 현령(縣令) 황택중(黃宅中)이 관할 시골에 내려가 사안을 처리하고 현에 돌아오는 길에 상운도(祥雲渡)를 지나는데, 갑자기 한바탕 괴이한 바람이 불더니, 반쯤 타고 남은 종이와 비단 조각이 표표히 날아와 황 현령이 탄 가마 주위를 빙빙 감도는 것이었다. 황 현령은 즉시 이상한 의구심이 들어 곧장 가마에서 내려 아전한테 산위로 올라가 주위를 살펴보라고 분부했다. 아전은 분부대로 가서 살피고 와서, 한 젊은 부인이 새로 만든 무덤 앞에서 종이와 비단(명폐冥幣: 저승 로자路資)을 태우면서 울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황 현령은 곧바로 그 무덤 앞에서 우는 녀인을 불러들여 모습과 기색을 관찰하였는데, 확실히 의심스러운 데가 있었다. 관아에 돌아온 뒤 황 현령은 즉각 관원을 파견하여 사방으로 정황을 수소문하도록 시켰다. 과연 간통으로 인해 지아비를 살해한 사건으로 단정할 만한 혐의가 짙어, 곧장 무덤을 파고 관 두껑을 열어 시신을 검험(檢驗)하였으나, 겉으로는 아무런 상흔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김씨 아내는 간부(姦夫)에게 사주를 받고 도리어 무엄하게 현령을 물어뜯어 반격하려고, ‘황 현령이 과부를 업신여겨 자의로 남에 무덤을 파고 관 뚜껑을 열어 망자(亡者)를 모독했다.’고 상부에 무고(誣告)하였다. 이에 주지사가 즉시 황 현령을 직위해제하자, 황 현령은 며칠만 주면 사건을 파헤칠 테니 조금만 말미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주지사가 좋다고 비준하자, 황 현령은 안계(安溪) 성황묘(城隍廟)에 찾아가 경건히 례배(禮拜)를 올리고 사건을 파헤칠 실마리를 일러주십사고 간구했다. 과연 하룻밤 꿈에 성황신이 나타나 “동쪽으로 나가면 목자(木子)가 사건정황을 알고 있을 것이다.”고 일러주었다.
이튿날 황택중(黃宅中)은 관상(觀相)쟁이로 변장하여 동쪽으로 나들이를 가서 저녁에 리빈(李彬) 집에 묵게 되었다. 황(黃) 현령은 리빈과 밤늦게까지 서로 세상사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가, 리빈에게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리빈은 한바탕 길게 탄식하더니만, “요즘 부녀자들은 참으로 간사한 영웅(간웅奸雄)인지라, 감히 아내를 맞이할 엄두도 못 낸다.”고 답변하였다. 황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끈기 있게 캐묻자, 마침내 리빈은 김씨가 비단뱀에 독살당한 사건 경과를 사실대로 낱낱이 말해주면서, 아울러 독살에 도구로 쓰인 대통을 꺼내 증거물로 황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황 현령은 확연히 크게 깨닫고 얼굴에 기쁜 빛을 가득 머금으며, 리빈에게 자기가 바로 현령이며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하여 성황신에 현몽(現夢) 계시를 받잡고 은밀히 래방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리빈에게 다음날 곧장 그 대통을 오운제(吳雲梯)가 운영하는 전당포에 갖고 가서 거금 천전(千錢)을 요구하라고 분부하면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가 모두 알아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신변보증을 다짐하였다.
이튿날 리빈은 대통을 갖고 전당포에 가서 전당잡히고 돈을 빌리겠다고 요청하자, 점원은 어처구니없다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리빈이 계속 전당을 요구하며 시끄럽게 옥신각신하자, 마침내 오운제가 머리를 내밀고 상황을 살펴보더니, 자신이 사건을 저지른 도구인 줄 알아차리고, 곧장 점원에게 리빈이 요구하는 돈을 내어주라고 지시했다. 리빈은 돈을 받아들고는 대통까지 잡아 쥔 채 뛰쳐나와 그대로 현(縣)에 관아로 달려가 현령 황택중에게 갖다 바쳤다. 현령은 이 물증을 보고서 김씨가 간부들에 의해 모살당한 게 틀림없다고 단정한 다음, 다시 사람을 보내 무덤을 파고 관 뚜껑을 열어 시신을 해부하였다. 과연 뱃속에는 뱀이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현량은 곧바로 안계(安溪) 성황묘(城隍廟) 안에서 음양법정(陰陽法庭)을 열고 이 사건을 공개재판에 부쳤다. 두 범인은 사건이 이미 들통 난 줄 알아차리고, 더 이상 거짓말을 꾸며대거나 발뺌하지 못하고서, 마침내 흉악한 독살 과정을 낱낱이 실토하며 범행을 자백하였다. 이 재판을 지켜본 수많은 대중은 한결같이 범행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현령이 보인 신출귀몰한 처사에 탄복해마지 않았다. 황택중은 사건을 법대로 재판하여 상부에 보고하였고, 원래 직위를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세 등급 특진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나중에 사람들은 그를 ‘황청천(黃靑天)’이라 불러 칭송하였으며, 황택중은 깊이 감격하여 ‘이 꿈이 난관을 깨우쳤다.[是夢覺關]’는 네 글자를 친필로 적고서 편액(匾額)을 새겨 성황묘 안에 걸었다.
2014.4.12.토. 낮에 읽고, 2014.5.26.월.13~15:40 초역(初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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