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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록(不可錄) 참회와 속죄는 천심도 움직인다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1. 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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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明)나라 신종(神宗) 만력(萬歷) 40(壬子: 1612)년, 무진현(武進縣: 강소성 남부 소재)에 장위(張瑋)는 아무개 서생과 함께 남경(南京)에 과거시험 보러 갔다. 그들이 묵을 숙소에 도착하던 날 밤, 그 집주인은 자기가 천상에 과거시험 급제자 명단(天榜)을 맞이하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장원이 바로 자기 집에 묵는 아무개 서생이었다. 꿈 내용을 그 서생에게 일러주었더니, 서생도 득의양양하여 기분이 매우 좋았다.
마침 집주인에 두 딸은 위층 루각(樓閣)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제 막 비녀를 꽂기 시작한 나이였다. 그 서생이 장원할 거라는 꿈 이야기를 전해 듣고서, 딸들은 마음이 솔깃 움직였다. 그래서 밤에 하녀를 보내 그 서생더러 올라오라고 불렀다. 그리고 베로 매듭을 지어 사다리를 만든 뒤, 루각 위에서 아래로 늘어뜨려 서생더러 타고 올라오게 했다. 서생은 좋아하며 장위한테도 함께 올라가자고 끌어들였다. 베로 만든 사다리를 절반쯤 타고 올라가다가, 장위는 문득 자신을 맹렬히 반성했다.
“내가 남경까지 올라온 것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찌하여 덕행을 망가뜨릴, 이런 한심한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는 급작스레 자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허나 서생은 끝내 사다리를 타고 루각 위에 올라갔다. 그날 밤 집주인이 다시 천상에 급제자 명단을 꿈꾸었다. 헌데 장원은 이미 장위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인은 깜짝 놀라 이튿날 아침 그 서생에게 꿈 내용을 다시 일러준 뒤, 도대체 하루사이에 무슨 일을 하였는지 캐물었다. 서생은 겸연쩍어 얼굴만 붉히면서 아무 말도 대꾸할 수 없었다.
급제자 명단은 과연 꿈에 내용과 똑같았다. 그 서생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후회했으나, 결국 가난과 답답함에 시달리다가 죽고 말았다.

평(評): 앞에서 담장을 걸터앉았던 사람과 여기에 장위는, 모두 그 당시 현장에서 즉각 깨닫고 회개하였다. 그러니 일단 잘못을 저지른 뒤 나중에 참회하고 고친 이보다는 훨씬 낫다. 그렇지만 바로 그때 즉각 맹렬히 스스로 반성하지 못했다면, 마땅히 누려야할 부귀공명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끝없는 고통바다에 떨어져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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