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四川)에 전대경(錢大經)은 풍모가 수려하고 정신 또한 특출하여, 한번 붓을 들면 천여 자를 단숨에 내리쓸 정도였다. 17세부터 유학하며 열심히 공부했으나, 번번이 과거시험 장벽에 부딪혀 곤혹스러웠다. 경자(庚子)년 향시를 치르기 전에는, 문제(文帝: 文昌帝君)께 기도를 올렸다. 그날 밤 꿈에 한 푸른 옷(靑衣) 입은 동자(童子)가 나타나, 자기를 데리고 문제(文帝) 앞에 나아갔다. 문제(文帝)께서 담당 관리에게 장부를 찾아보라고 명령하여 보여준 내용은 이러하였다.
“전대경은 27세에 향시에 제2등으로 급제하고, 이어 조정 시험에도 장원급제하여 명성이 천하에 떨치고, 관직은 2품(二品)까지 오르며 수명은 73세까지 누릴 운수였다. 허나 음란한 책(淫書) 3권을 지은 죄로, 벼슬장부(祿籍)에서 완전히 삭제되고 수명 또한 짧아졌다.”
이어 문제(文帝)께서 전대경에게 다음과 같이 훈계하셨다.
“그대는 마음가짐이 본디 충실하고 후덕(厚德)하며, 또한 효성과 우애도 별로 어그러짐이 없거늘, 어찌하여 음란한 책(淫書)을 지어, 수많은 남녀들이 명예를 구기고 절개를 잃도록 이끈단 말인가? 만약 전생에 공덕을 크게 쌓지 않았더라면, 진작 대지옥에 떨어지도록 심판했을 것이다.”
이에 전대경은 크게 뉘우치고, 중대한 결심으로 맹세를 하였다. 그런 뒤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사음을 경계하도록 권고하며, 음란한 책을 보는 대로 즉각 불사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나중에 명경과(明經科)에 급제하고, 수명은 63세까지 누리다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