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江南)에 한 서생은 문장에 문채(文彩)와 생각(思想)이 함께 갖추어져, 자못 재능이 많았다. 그러나 평소 다른 사람에 안방 일을 말하기 좋아하였다. 기유(己酉)년 과거시험에 참가하였는데, 세 번째 시험에 이르러 등불을 켜는 때가 되자, 갑자기 답안지 표면에 “안방 일 말하기를 좋아한다.(好談閨閫)”는 네 글자가 쓰인 게 보였다. 그래서 부랴부랴 서둘러 손으로 네 글자를 문질러 지워버렸다. 그러나 답안을 작성하고 보니, 글자를 지운 답안지 표면이 지나치게 문질러 파손된 상태였다.
나중에 시험 위원이 채점 평가한 내용을 보니, 일곱 편에 답안이 모두 칭찬하는 동그라미로 가득 차 장원으로 뽑으려고 했는데, 세 번째 시험 답안이 파손되어 그만 급제조차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평생토록 실의(失意)와 락담(落膽)에 빠져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