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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록(不可錄) 음욕 패가망신하는 천벌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2. 11. 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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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숙경(李叔卿)은 본디 청렴하고 근신하는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를 몹시 질투한 동료 손암(孫巖)이 군중 앞에서 이렇게 거짓말을 퍼뜨렸다.
“숙경이 홀로 헛된 명성을 얻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개돼지나 같습니다.”
그래서 듣던 사람들이 왜 그러하냐고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덧붙였다.
“숙경은 누이동생을 아내로 삼았는데,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해서, 가까운 데서부터 먼 곳에 이르기까지 삽시간에 헛소문이 퍼져 나갔다. 숙경이 이 소문을 듣고 해명을 하려고 했으나, 쉽게 입 밖에 내지도 못하였다. 그렇다고 해명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니, 분노와 원통을 참기가 어려워, 끝내 답답하고 억울한 나머지 화병으로 죽고 말았다. 숙경에 여동생도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경악과 원한을 금치 못하고, 그만 스스로 목매 죽었다.
그런 지 며칠 안 되어,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갑자기 일었다. 그러더니 손암은 벼락을 맞아 죽었는데, 그 시체가 숙경이네 집 대문 앞에 널브러졌다. 그 시체를 거두어 매장을 하였는데, 다시 번개가 치더니 무덤까지 파헤쳤다.

평(評): 이 사안은 악심(惡心)을 품고 고의로 타인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죄악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와 같이 혹심한 과보를 받은 것은 정말 당연하다. 그렇지만 별 악의 없이 무심코 지껄이는 롱담(弄談)이나 익살 등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임자(壬子)년에 절강성에서 치른 과거시험에, 한 부인이 수험생 호방(號房)에 들어와 이리저리 다니면서, “동양현(東陽縣)에 왕이(王二: 왕씨 집안 둘째 아들)”를 큰 소리로 불러댔다. 이에 모든 호방 응시생들이 크게 놀라, 등불을 밝혀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부인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그 부인이 부른 ‘왕이(王二)’가 호방 안에 있는지 확인하자, 과연 왕씨 성을 가진 둘째 아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방금 벌어진 소동을 알리고,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캐물었다. 그러자 그는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입을 열었다.
“몇 년 전 친족들이 모여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다가, 우연히 어떤 마을에 청상과부가 수절(守節)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부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분한 나머지 죽고 말았습니다. 아마 그 과부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말을 마치더니, 그는 두려움이 엄습하여 과거답안을 감히 작성할 엄두도 못 내고, 그만 짐을 챙겨 호방(號房)을 나갔다. 그런데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는지, 추락하여 이마가 크게 다쳤다. 사람들이 그를 부축해 집에까지 갔으나, 이튿날 새벽 죽고 말았다.
우스개로 롱담(弄談)하는 해악도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더구나 무릇 다른 사람에 명예나 절개와 관련한 내용은, 그냥 가벼이 입 밖에 내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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