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록(不可錄)] 추가 서문 : 인륜을 돈독히 다지세
하늘은 가장 위대한 아버지요, 땅은 가장 위대한 어머니이니, 모든 남녀가 다 하늘과 땅에 자녀이며, 또한 내 형제자매다. 모두가 형제자매라면, 마땅히 서로 우애하고 보호하며 도와주어, 각자 제자리를 찾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렇듯, 하늘과 땅에 자녀들을 보호하고 도와준다면, 하늘과 땅도 반드시 그 사람을 늘 보호하고 도와주어, 복록과 수명이 크게 늘어나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
그러나 혹여 제멋대로 날뛰며 하늘과 땅에 자녀들을 업신여기고 괴롭힌다면, 그 복록과 수명이 훨씬 줄어들고 집안 후손이 끊기며, 숨 한번 멈춘 뒤에는 길이 삼악도에 떨어져, 백천겁이 지나도록 사람 몸 다시 받지 못할 것이다. 이는 스스로 지은 화근일 뿐, 결코 하늘과 땅이 자비롭지 못한 까닭이 아니다.
다른 것은 그만 두고라도, 사람마다 있기 마련인 아내와 딸과 누이만 보자. 남들이 행여 자기 아내나 딸이나 누이를 응시(凝視)만 해도, 자신은 분노와 격정을 이기지 못하여,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다짐을 하려고 들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남에 아내와 딸과 누이들은 조금만 예뻐 보여도, 마음에 금세 음탕한 생각을 일으키고, 감히 욕보일 뜻까지 품는단 말인가?
다 같이 하늘과 땅에 자녀인 형제자매끼리 부정한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하늘과 땅에 자녀를 욕보이고 형제자매를 모독하는 것이다. 그런 자가 어떻게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서서 사람 행세를 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부부간 도리가 오륜삼강(五倫三綱)에 속하는 중대한 규범이 아닌가?
인간이 짐승과 다른 까닭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약 인륜을 어지럽히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행한다면, 이는 인간 몸으로 짐승 짓을 하는 것이다. 몸은 비록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짐승만도 못하다. 왜냐하면, 짐승은 인륜을 모르지만, 사람은 인륜을 알기 때문이다. 인륜을 알면서도 이를 어기고 어지럽히기에, 바로 짐승 아래 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사바세계 모든 중생은 음욕으로 말미암아 생겨나기 때문에, 그 업습(業習: 본능)이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으로 매우 강렬히 되살아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단단히 경계하고 예방해야 한다. 만약 녀자를 친족으로 보거나 원수로 여기거나, 또는 부정관(不淨觀)으로 생각하면, 아마도 사악한 상념을 사그러뜨리고 올바른 상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수와 부정관 방법은 이전 서문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특별히 친족으로 보는 방법을 일깨워, 천륜(天倫)을 돈독히 지키고 사악한 생각을 품지 않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뭇 녀자들을 보는 방법이 잘 나와 있다. 늙은 녀자는 어머니로 보고, 지긋한 녀자는 누나로 보며, 젊은 녀자는 누이동생으로 보고, 어린 녀자는 딸로 보아, 사악한 상념을 가라앉히고, 제도(濟度)하여 해탈시키는 마음을 내라고 가르친다.
또 [범망경(梵網經)]에는, “모든 남자는 내 아버지이고, 모든 녀자는 내 어머니이니, 나는 전생에 대대로 이들로부터 태어났으므로, 마땅히 효성심과 자비심을 내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모든 이를 보호하고 도와주기도 정신없이 바쁠 터인데, 어느 겨를에 사악한 마음을 일으켜 욕보일 수 있단 말인가?
명(明) 나라 때 어떤 사람이 치성한 음욕을 자제할 수 없어, 왕룡계(王龍溪)에게 치유법을 청했다. 그러자 룡계가 이렇게 말하였다.
“가령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여기 유명한 기생이 있으니, 그대가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함께 해도 좋다’고 말하기에, 그대가 그 말대로 방안에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바로 그대 어머니나 딸 또는 누이였다면, 그래도 그대 마음속에 들끓던 한바탕 음욕이 여전하겠는가? 아니면 수그러지겠는가?”
이에 그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룡계가 다시 말하기를, “그렇다면 음욕이 본디 텅 빈〔空〕 것인데, 단지 그대가 스스로 진짜〔眞〕라고 착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깨워 주었다.
사람들이 정말로 모든 녀인들을 어머니나 딸이나 누이로만 본다면, 단지 음욕과 사악한 상념이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생사윤회도 단박에 벗어날 게 틀림없다.
[불가록(不可錄)]은 진리 가르침과 선량한 말씀, 그리고 착한 이를 복 주고 악한 자를 벌 준 실제 사례와, 음욕을 피해야 할 때와 장소 등을, 하나하나 상세히 밝히고 있다. 정말이지, 세상 사람들 미혹을 일깨워주려는 마음이, 너무도 지성스럽고 진지하다.
유양(維揚: 揚州府)에 장서증(張瑞曾) 거사가 사람들을 일깨우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간절하여, 이 책을 인쇄 보시하고자 발원하여, 나에게 음욕을 절제하는 요령 좀 써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내가 녀자를 원수로 보고, 부정관을 행하라는 요지를 적어주었다.
그 뒤, 그 집안 형님 정훈(正勛)이 별세하였다. 그런데 다시 이 책을 법보시하여, 그 공덕으로 형님 령식(靈識: 령혼)이 죄악업장을 소멸하고, 복과 지혜가 크게 늘어나서, 오탁악세(五濁惡世)인 욕계(欲界)를 벗어나, 극락정토 구품련화(九品蓮華) 세계에 왕생하도록 회향 기도한다고 발원하였다. 장거사가 효성스럽고 우애하는 마음을 보고, 이에 다시 인륜을 돈독히 다지자는 뜻으로 서문을 덧붙이게 되었다. 보고 듣는 이들이 잘 살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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