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경(欽敬)할만한 미덕(揚州 甘泉縣志)
원(元)나라 때 진소(秦昭)는 양주(揚州: 江蘇省) 사람인데, 약관(弱冠: 20세)에 서울(京師)에 유학(遊學)을 떠나려고 이미 배에 올라탔다. 그때 절친한 친구인 등(鄧) 아무개가 술을 가지고 송별하러 왔다. 막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절세 미녀 한 사람이 나타났다. 등 아무개가 그 미녀를 진소에게 인사시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녀자는 내가 어떤 부(部)에 계시는 아무개 어른(大人)께 바치려고 산 첩일세. 그대가 서울 올라가는 길에 함께 데려다 주게나.”
진소가 재삼 몹시 꺼려하자, 등 아무개가 정색을 하고 다시 이렇게 말했다.
“자네 어찌도 이렇게 고집 피우는가? 만약 데리고 가는 도중에 그대가 스스로 지킬 (욕정 유혹을 참을) 수 없거든, 이 녀자를 아예 그대에게 주겠네. 돈(가격)이라고 해 봤자, 2천5백 꾸러미 동전에 불과하네.”
그래서 진소는 할 수 없이 허락하였다. 때는 이미 제법 무더운 날씨인지라, 모기와 벌레들이 몹시도 많이 들끓었다. 녀자는 휘장(모기장)이 따로 없어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러자 진소는 그 녀자한테 자기 휘장 안에 들어와 함께 자도록 배려하였다. 내륙 운하를 따라 수십 일이 걸려 비로소 서울에 도착하자, 진소는 녀자를 숙소 녀주인에게 맡기고, 친구 편지를 가지고 직접 그 어른을 찾아갔다. 그러자 그 사람이 진소에게 다른 가족도 함께 데려왔는지 물었다. 진소가 자기 혼자 왔다고 답하자, 그 사람은 불끈 화내는 기색이 얼굴에 력력(歷歷)하였다. 그러나 등 아무개 편지 때문에, 그 사람은 그 녀자를 받아 집으로 데려갔다. 밤이 되어서야, 그 사람은 그 녀자 몸(순결)이 깨지지 않은 사실을 알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이튿날 그 사람은 곧장 파발마로 편지를 등 아무개에게 보내, 진소에 훌륭한 덕성을 극구 칭송했다. 그리고 몸소 진소를 찾아가 절하며 사과하였다.
“각하(閣下)야말로 천고에 찾아보기 드문 진짜 훌륭한 도덕군자십니다. 어제 제가 각하를 몹시 의심하였는데, 이는 소인(小人) 속(소견)으로 군자 마음을 헤아린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평석: 진소 마음에 만약 인간적 욕정(人欲)이 전혀 없이 온통 천리(天理)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러한 절세 미녀와 낮에 밥을 같이 먹고 밤에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 수십 일이나 지내는 동안 정욕을 부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진소는 진실로 아주 훌륭한 도덕군자이며, 이 녀자 또한 정숙하고 순결한 요조숙녀다. 훌륭한 도덕과 정숙한 마음이 사람들한테 흠모와 경탄을 받을 만하기에, 여기에 덧붙여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한다.
업장(業障) 해소는 음욕을 참회하여 (0) | 2022.10.30 |
---|---|
인광대사 서문(印光大師序) (0) | 2022.10.30 |
[불가록(不可錄)] 중판 서문 (1) | 2022.10.30 |
[불가록(不可錄)] 추가 서문 : 인륜을 돈독히 다지세 (0) | 2022.10.30 |
[욕해회광(欲海回狂)]을 권하는 서문 (0) | 2022.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