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一名 유교경 遺敎經
【절요】경에는 공통이름(通名)과 개별이름(別名)이 있는데,?불유교?는 별명이고?경?은 통명입니다. 불佛은 불타佛陀로서, 옮기면?깨달은 분(覺者)?인데, 본질 성품과 현상 모습(性相))을 훤히 깨달아 아는 분이란 뜻으로, 세 가지 의미를 함께 지닙니다.
첫째, 스스로 깨달음(自覺)이니, 자기 마음이 본디 나거나 사라짐(生滅)이 없음을 깨달아 아는 것입니다.
둘째, 남을 깨우침(覺他)이니, 일체 법이 이와 같이 진여 아님이 없음을 깨달음입니다.
셋째, 원만히 깨달음(覺滿)이니, 앞에 두 깨달음 이치가 원만함을 일컫습니다.
《기신론起信論》에 비추어 보자면, 세 가지 의미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첫째, 비로소 깨달음(始覺)이니, 곧 능히 증득할 수 있는 주체인 지혜(能證智)입니다.
둘째, 본디 깨달음(本覺)이니, 곧 증득하는바 대상인 진리(所證理)입니다.
셋째, 궁극 깨달음(究竟覺)이니, 곧 지혜와 이치가 그윽이 합하고, 비로소(始)와 본디(本)가 둘이 아닌 경지입니다.
?유교遺敎?란 가르침을 남겨 모든 근기 중생을 격려함입니다. 가르침(敎)이란 본받음(傚))이니, 중생이 본받게 할 따름입니다.?경經?이란 범어로 수다라修多羅인데, 예전에는?계경契經?으로 옮겼는데, 올바로 옮기자면?실(線)?입니다. 동아시아에선 실을 별로 귀하게 일컫지 않기에,?경?이라고 옮기게 된 것입니다.
《불지론佛地論》에 보면, 꿰뚫을 수 있고(能貫) 아우를 수 있어서(能攝)?경?이라고 부른답니다. 부처님 유교로, 설해야 할 이치를 꿰뚫어 끼우고(貫穿), 교화할 중생을 아울러 껴안기(攝持) 때문입니다.
(※ 옮긴이: 공자님이?내 도는 하나로써 관통하느니라(吾道一以貫之).?고 하셨으니, 바로?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가르침 구슬을 꿰뚫는 실로서 계경(契經)이란 뜻이 유가에도 서려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경經?은 본디 베틀에 기준이 되는 세로로 쳐진 날줄ㆍ날실을 뜻하니, 곧 움직이지 않는 가장 중요한?실(線)?이란 뜻으로, 변하지 않을 성인 가르침을 가리킵니다.)
범어 음역인?열반涅槃?은 한문으로는 멸도滅度이고, 뜻으로 옮기면 원적圓寂입니다. 유식唯識 경론에 따르면, 열반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 자성청정自性淸淨열반이고, 둘째 유여有餘열반이며, 셋째 무여無餘열반이고, 넷째 무주無住열반입니다.
만약 일반 관행에 따라 문자를 가려 뜻을 펴기로 한다면, 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설하신 가르침과 일깨움으로 도가 흡족하고 덕이 베풀어짐은?유여?열반이요, 열반에 닥쳐 몸이 부스러지고 지혜가 사라짐은?무여?열반입니다.
【보주】세속 사람도 임종에는 말이 반드시 간절하거늘, 하물며 사생자부四生慈父이신 부처님 유교는 오죽하겠습니까? 자손이 부모님 유촉遺囑을 어기고, 중생이 부처님 유교를 어김은, 모두 대역大逆이라 부릅니다.
【강의】《론어》에 보면, 공자 제자 증자曾子가 이렇게 말했답니다.?새가 장차 죽으려 할 때는 그 지저귐이 슬프고,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는 그 말이 착합니다.(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그래서 세간에서는 악한 사람이 유별나게 착해지면 죽으려고 마음이 변했다고 말하곤 합니다. 세간에서 악한 사람도 임종에 착해지거늘, 하물며 인천人天에 위대한 스승이신 거룩한 부처님 열반 유훈은 오죽하겠습니까?
【해설】불佛은 설법 주체인 사람이고, 교계(敎誡: 遺敎)는 설하는바 법입니다. 경 명칭(제목)에서 주체인 사람과 객체인 법을 함께 나란히 들어 표시했습니다. 부처는 깨달음(覺)이란 뜻입니다. 우리 중생은 오랜 겁 동안 꿈속을 헤매고 있는데, 부처님은 무명을 끊어버리고 꿈속에서 깨어나신 분입니다. 이미 스스로 깨어난(깨달은) 다음에, 다시 다른 사람들을 깨울(깨우칠) 수 있는 분입니다. 일체 모든 법을 깨우쳐 구경에 이르지 않음이 없으므로 부처님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꿈속에 있는 마음도 그 자체는 소멸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본각(本覺: 본래 깨달음)이라 부르고, 꿈에서 처음 막 깨어나 꿈이 본디 텅 빈 줄 아는 것을 시각(始覺: 비로소 깨달음)이라 부르며, 이미 꿈에서 깨어난 다음 오직 깨달은 한 마음만 있을 뿐 달리 두 마음이 없음을 가리켜 구경각究竟覺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깨달음 성품은, 영성을 머금은 중생이 모두 본래 갖추고 있어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영원합니다. 석가모니는 우리 모두 함께 지닌 바(佛性)를 먼저 얻은(깨달은) 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도를 성취해 우리 스승이 되신 것입니다.
또 우리들이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므로, 생겨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는 성품 가운데서, 생겨났다 사라짐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둥근 달이 하늘 높이 떠있는데, 물이 맑으면 달그림자가 나타나지만, 물이 흐리면 달그림자가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진실로 항상 존재하시고, 일찍이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오탁악세에 허우적거리는 우리 범부중생들을 특별히 위하여,?나 열반에 듭니다!?고 공공연히 말씀하시어, 중생들한테 비애와 연모의 정을 느끼게 하신 것이다. 하지만 대자대비심이 끝없고 중생제도 서원이 가없는지라, 비록 열반에 드시면서도 마지막 유교(유훈)를 남겨 후생들을 받아 이끄십니다.
?유遺?는?남기다?‧?끼치다?는 뜻이고,?교敎?는 훈계로서, 유교遺敎란 유가 경전에서 말하는?고명顧命?이고,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유촉遺囑?‧?유언遺言?‧?유훈遺訓?입니다. 이 유교에 따라 수행하면 진정한 법자(法子: 佛子)이고, 유촉에 따르지 않으면 대역불효자입니다.
?경經?이란?법?으로서 항상 떳떳한 도리를 가리킵니다.
?열반涅槃?이란 잘못과 허물을 훌쩍 떠나고, 아님과 그릇됨을 완전히 끊어버려, 생겨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음을 뜻합니다.
?열반涅槃?은 범어인데, 한문으로는 멸도滅度이고, 뜻으로 옮기면 원적圓寂입니다. 유식唯識 경론에 따르면, 열반에는 다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자성청정自性淸淨 열반은 일체 모든 법이 본래 항상 고요한 모습입니다. 이는 부처와 중생이 평등하여 둘이 없고,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으며, 출입이 전혀 없습니다.
둘째, 유여有餘 열반은 삼승三乘 성인이, 보고 생각하는 미혹(見思惑)의 속박은 이미 다 끊었으되, 의지하는바 과보의 속박인 몸과 마음은 아직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이 열반은 과위를 증득할 때 들어갑니다.
셋째, 무여無餘 열반은 삼승 성인이 몸이 부서지고 지혜가 스러지면서, 다시 이름도 없고 물건도 없는 본체 자리로 되돌아감을 가리킵니다. 지금 이《유교경》에서 부처님이 이 열반에 드시려 합니다.
넷째, 무주無住 열반은 모든 불보살님들이 아주 지혜롭기 때문에 생사에 머물지 않으시고, 매우 자비로우셔서 열반에도 안주하지 않으심을 뜻합니다. 생사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사라짐(죽음)이 아니면서도 사라짐을 짐짓 보일 수 있고; 열반에 안주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남이 아니면서도 생겨남을 짐짓 보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미 오래 전에 이 무주 열반을 증득하셨으며, 지금 인연 있는 중생들을 모두 다 제도하셨으므로 바야흐로 무여 열반에 드시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은 이승(성문, 연각) 성인처럼 한번 입적하면 영원히 고요한 그런 열반이 결코 아닙니다.
또 열반에는 세 의미(이치)가 있습니다.
첫째는 성정性淨 열반으로, 곧 진리 본체인 법신이며, 이는 나옴도 없고 들어감도 없습니다.
둘째는 원정圓淨 열반으로, 곧 반야 지혜이며, 미혹을 완전히 끊어버려 성품진리에 그윽이 합치함을 가리킵니다. 이는 한번 들면 영원히 듭니다.
셋째는 방편정方便淨 열반으로, 곧 해탈입니다. 방편으로 여러 모습을 나타내 보이며, 인연 따라 임기응변 조화를 보이므로, 자주 들락거립니다.
만약 이 세 의미를 앞에 말한 네 가지에 대응시킨다면, 성정 열반은 곧 자성청정 열반이며, 또한 무주 열반 본체이기도 합니다. 원정 열반은 무주 열반의 모습(相)이며, 방편정 열반은 무주 열반의 쓰임(用: 작용)입니다.
그리고 유여 열반과 무여 열반 두 가지는, 만약 성문과 연각 이승二乘에서라면 원정 열반에 속한다고 포섭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지 진제眞諦만 치우치게 드러내고, 속제俗諦와 중제中諦는 드러내지 못하며; 오직 보는 미혹과 생각하는 미혹만 정화하였을 뿐, 진사무명塵沙無明의 미혹과 변역變易은 정화하지 못하여, 원정의 성질을 조금 지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여래의 경지라면, 방편정 열반에 속한다고 포섭할 수 있습니다. 처음 불도를 성취하실 때는 이승과 같이 유여 열반을 보이시고, 지금 입적하시려 할 때는 이승처럼 무여 열반을 보이시기 때문입니다.
?수垂?는?드리우다?는 뜻으로, 장차 (열반에) 들려고 하나, 아직 들지 않은 때를 가리킵니다.?임臨?과 같은 뜻으로 쓰였으며,?수열반?은?임(명)종?과 같은 말입니다.?약설略說?이란 평소 자세한 설법(廣說)에 상대한 말로서, 임종에 요점만 간략히 설한 법문임을 뜻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대근기를 상대로 설한《대반열반경》에 상대한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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