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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原序)

철오선사어록. 철오선사어록

by 明鏡止水 淵靜老人 2023. 1. 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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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原序)

 

 

세상에서 정토념불 수행을 칭송하고 찬탄한 것은 진()나라 때 혜원(慧遠) 법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위로 우러러 부처님의 대자비를 체득하고 중생 제도의 문을 크게 활짝 열어, 연못을 파고 련꽃을 심은 다음, 념불 법당을 건립하고 극락 왕생을 발원하신 것이다. 이에 18분의 어진 대중[賢衆] 123인의 청신(淸信) 대중이 모여 다 함께 자재력(自在力)을 얻었으니, 념불하면서도 념불함이 없고[念而無念], 생겨남이 없으면서도 극락에 왕생하셨다.[無而無生] (념불 수행으로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고, 무생법인을 얻어 극락왕생하셨다.) 그 마음의 인가[心印]13)가 대대로 전해 내려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계속된 것이다.

[심인(心印): 마음의 도장, 또는 마음의 인가(印可인정(印定)의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의 본래 뜻은 말이나 글로 다 표현될 수 없기 때문에, 흔히 문자를 세우지 않고[不立文字] 단지 마음의 도장만 전하여[單傳心印], 사람 마음을 곧장 가리켜[直指人心] 성품을 보고 부처를 이룬다[見性成佛].”고 말한다. 마음은 부처님 마음[佛心]이고, 도장[]은 도장을 찍어 허가나 결정을 권위 있게 확인해 준다는 뜻이다. 부처님 법의 진실한 본체를 여실히 깨달았음을 마음의 도장으로 인가 또는 인정해 주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전법(傳法) 전통이다.]

철오 선사라는 분은, 이 정토념불 법문의 직계 법통 후손이다. 숙세의 선근 공덕으로 선정(禪定)과 지혜를 함께 갖추고, 교학과 참선을 박학하고 심오하게 참구하여, 불법에 계합(契合)하였다. 처음에 원각경(圓覺經)의 핵심 요체를 깨달은 다음, 뒤이어 삼장(三藏: ··) 십승(十乘)의 미묘한 뜻을 훤히 깨달았다. 그리하여 예전의 묵은 습관을 죄다 내버리고, 오로지 정토념불 수행에 전념하였다. 마음을 텅 비우고 기질을 온화하게 평정(平定)하여, 20년을 하루처럼 조금도 뒤로 물러나는 마음 없이 오로지 서방정토 왕생의 서원을 이루기에 정진하였다. 그래서 원만한 믿음과 원만한 깨달음으로 중생들을 널리 이롭게 하였으며, 또한 아미타불 법계를 분명히 증명해 보였다.

선사가 남긴 유고집을 읽어 보면, 선사께서 설하신 정토 법문에 더욱 도타운 믿음이 생긴다. 발원과 믿음과 념불 수행, 그리고 죄업을 참회하여 소멸시킴[罪業懺除]’ 선근이 무르익어야 함[善根成熟]’이 극락 왕생에 요긴한 준비 조건이라고 강조하셨는데, 이들은 오직 한 마음[一心: 一心不亂]이 이루어지도록 부지런히 정진하고 노력하는 수행일 따름이다.

(공간)으로는 시방 삼계에 두루 퍼지고, (시간)으로는 과거·현재·미래의 삼세에 끝없이 이어짐은, 마음의 광대무변함이다. 편협하고 작은 데 떨어질까 염려하여, 커다란 보리(菩提)를 추구하려고 발원함은, 마음의 웅대함이다. 운명에 맡기면 업력에 끌려가지만, 도에 합치되게 수행 정진하면 업장을 되돌릴(뒤바꿀) 수 있음은, 마음의 권세(능력)이다. 맑은 구슬을 흐린 물 속에 집어넣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며, 쇠를 주조하고 국수를 만드는 등의 작용은, 마음의 근원(조화)이다.

경전에서 말씀하신 이 마음으로 부처가 되고[是心作佛], 이 마음이 곧 부처이다[是心是佛].”라는 두 구절을, 더욱이 반복하여 상세히 음미하시고 그 뜻을 재삼 분명히 밝히셨다. 또한 한 순간의 시간이 한 순간의 생명이다[一寸時光, 一寸命光].”라고 말씀하시면서, 후세에 공부하는 수행인들이 갠지스 강 모래알만큼 수많은 법문 가운데 가장 간단하고 빠른 지름길을 택해 수행함으로써, 하루빨리 생사 륜회의 관문에서 벗어나 지극히 안락한 정토의 경지를 다 함께 증득하자고 격려하셨다. 미혹된 뭇 중생들을 건져내어 다 함께 피안에 오르도록 이끄셨으니, 그 뜻과 원력이 또한 얼마나 크고 두터우신가?

선사께서는 평소 말이나 문자에 대해서는 별로 마음을 쓰지 않으셨다. 그러나 어쩌다 우연히 한 구절을 들어 말씀하시거나 읊조리시면, 크게는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법문을 다 포섭하시고, 작게는 조금도 걸림없이 원만하고 섬세하게 두루 통달하셨다. 근기에 따라 교화를 펼치시며, 진여실상과 리치를 다 함께 포괄하셨다. 마치 아가타약(阿伽陀藥)이 치료 못하는 질병이 없듯이, 또한 여의주(如意珠)가 들어주지 못하는 소원이 없는 것처럼, 그 가르침도 또한 이와 같았다.

내가 가만히 살펴보건대, 선종과 교종의 두 법문 어록만 하더라도 바다처럼 아득히 많고, 경전에 주를 달고 뜻을 풀이하여 법문의 내용도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하지만 정토 념불의 수행이야말로 불도(佛道)에 입문하는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용서(龍舒)와 대우(大佑) 등 몇 문집 이외에는, 이 정토 법문을 말하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선사의 말씀은 더더욱 묻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선사의 수제자인 송천(松泉) 스님이 선사의 이 문집을 간행하면서, 나한테 서문을 부탁해왔다. 그래서 나는 선사의 법문이 심오하고 광대함을 다시 한 번 밝힘으로써, 삼가 서문에 갈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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