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포(樂圃) 주선(朱善)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규방(침실)에 즐거움은 본디 사음(邪淫)이 아니고, 부부간에 기쁨은 별 손상이나 장애가 없다. 그렇지만 그 즐거움도 극도에 이르면 안 되고, 욕정을 제멋대로 부려서는 안 된다. 욕정을 제멋대로 부리면 우환이 되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면 슬픔이 생긴다. 이러한 상대적 진리는 옛 사람들이 이미 말하였다.
사람 정력(精力)은 한계가 있는데, 음욕(淫慾: 정욕)은 끝이 없다. 한계가 있는 정력으로 끝이 없는 음욕을 부리면 어찌 되겠는가? 나이가 한창 젊은데 수명이 다해 갑자기 요절하고, 사람이 아직 늙지도 않았는데 기력부터 쇠약해지는 현상도, 전혀 괴이하지 않다.
하물며, 사람 몸이란 위로 부모한테 물려받아, 아래로 처자식을 양육하는 밑천이 아닌가? 크게는 부귀공명을 이루려고 기대하고, 작게는 집안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 그러기에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명은 모두 불문(不問)에 부치고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눈앞에 한순간 즐거움에 탐닉하여, 앞으로 머지않아 들이닥칠 우환과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정말로 무슨 심사(心思)란 말인가?
대체로 욕정이 적은 이는 반드시 아들이 많고, 음욕에 탐닉하는 놈은 번번이 후손이 없기 마련이다. 정력이 쇠퇴하고 희박하여(요즘 말로 정액이 묽고 정자 수가 적어), 자식을 제대로 낳아 건강히 기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침내 자식이 달랑달랑하거나, 심지어 후손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재앙을 어찌 다 적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