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는 날을 생각하면, 욕정에 불길이 금세 말끔히 식는다. 어리석은 놈이라도 죽는 걸 듣는다면, 눈살 찌푸리며 한숨만 쉬리라. 길어야 고작 백년 뒤에는, 결국 다 함께 화장터로 들어갈 것을! 보살(菩薩)이 아홉 가지 더러움을 관상하는 수행법은 생사고해를 건너는 큰 다리일세.
1. 막 죽은 생각(新死想)
이제 막 죽은 사람이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뼛속이 오싹하도록 싸늘하게 반듯이 누워 있는 모습을 고요히 생각해 보라.
지금 재물을 탐내고 녀색에 미련(迷戀)이 강한 이 몸도, 언젠가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2. 푸르뎅뎅한 어혈 생각(靑瘀想)
아직 렴(殮)하지 않은 시체가, 하루 이틀 지나면서 거뭇거뭇한 기색이 피어올라, 곧 푸르뎅뎅한 청자색(靑紫色)으로 변하는 모습을 고요히 생각해 보라. 얼마나 소름 끼치게 무섭고 두려운가?
지금 꽃처럼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이 몸도, 앞으로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3. 피고름 생각(膿血想)
죽은 시체가 막 문드러지기 시작하여, 살은 썩고 오장륙부(五臟六腑)는 문드러져, 왕창 쏟아져 내릴 듯한 모습을 고요히 생각해 보라.
지금 풍채 준수하고 건장한 이 몸도,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4. 벌건 물 흐르는 생각(絳汁想)
썩어 문드러진 시체가 오래 방치되어, 벌겋고 누런 물이 질질 흘러 내려, 코를 찌를 듯한 악취가 진동하는 모습을 조용히 생각해 보라.
지금 풋풋하게 윤기 흐르고 향긋한 피부를 지닌 이 몸도,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5. 벌레가 뜯어먹는 생각(蟲噉想)
오래 방치된 채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고자리(구더기)와 온갖 벌레가 생겨, 도처에서 살을 뜯어먹고 피고름을 빨아먹으며, 뼈 관절 안도 온통 벌집처럼 들끓는 모습을 고요히 생각해 보라.
지금 란(鸞)새처럼 어울리고 봉황(鳳凰)처럼 짝을 지은 이 몸도,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6. 힘줄만 얽혀 있는 생각(筋纏想)
썩어 문드러진 시체에, 살갗과 살은 모두 녹아 없어지고, 단지 힘줄만 앙상하게 남아, 마치 새끼줄로 땔감을 묶어 놓은 듯, 뼈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조용히 생각해 보라.
지금 옥을 훔치고 향을 빼돌리며(竊玉偸香) 은밀하게 애정을 통하는 이 몸도,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7. 해골이 흩어지는 생각(骨散想)
죽은 시체에서 힘줄마저 문드러져 없어지고, 해골이 마디마디 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모습을 고요히 생각해 보라.
지금 온갖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고 있는 이 몸도,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8. 불에 타 들어가는 생각(燒焦想)
시체가 불길에 휩싸여,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모습을 조용히 생각해 보라. 더러 벌겋게 익은 듯하고, 더러 시커멓게 그을려 버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지 않은가?
지금 문장(文章)과 언설(言說)이 천하를 뒤덮을 정도로 빼어난 이 몸도,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9. 앙상한 해골 생각(枯骨想)
무덤이 부서져 내리고 앙상한 해골이 드러나, 오랫동안 햇볕에 그을리고 비바람에 씻겨, 하얗게 부스러지거나 누렇게 빛바랜 채, 짐승들 발길에 채여 사방에 나뒹구는 모습을 고요히 생각해 보라.
지금 황금 같은 청춘인 이 몸도, 점차 나이 들어 쇠약해지면서, 장래 틀림없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임을 생각하라.
이상 아홉 가지 관상(觀想)이 무르익으면, 자신도 나중에 한없이 처량(凄凉)한 신세가 될 것임을 깨달아, 애욕을 끊을 수 있는 훌륭한 방편법문(方便法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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