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낙지와 히딩크
활어회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전형적인 예로 ‘산 낙지’가 있다. 마치 남성다운 야성미나 용기를 과시라도 하려는 듯한 ‘산 낙지회’는, 실은 지극히 잔인무도한 야만성의 발로(發露)이리라. 생명의 기운이 펄펄 넘치는 여덟 다리(八肢)는 칼로 싹둑싹둑 잘라도 여전히 생기 넘치게 꿈틀거린다. 온몸의 살점을 샅샅이 회친 뒤에도 활어의 아가미가 벌름거리듯, 온몸의 근육을 뼈만 남기고 저민 다음에도 능지처사형을 당하던 죄수의 염통은 아직도 폴딱폴딱 고동치듯이…. 아! 자연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렬한가?! 그런 산 낙지의 다리 토막을 초장에 찍어 입 속에 넣고 오물오물(汚物汚物) 씹어 먹는 것을, 흡사 개선장군의 승전 나팔이라도 부는 듯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는 모습들은 과연 어떤가? 아마도 신성(神性)은 죄다 어디로 온데..
채식명상 20년. 활어회와 능지처사
2022. 12. 27.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