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文帝)가 내린 훈계 2
문제(文帝)께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내리셨다.
내가 금궐(金闕)에 계신 지극히 존귀하신 옥황상제 명령을 받들어, 매월 12지(支) 중 인(寅)과 묘(卯)에 해당하는 날 풍도지옥(酆都地獄: 도교에서 말하는 지옥, 冥府)을 순시하여, 천하 죄인들이 저지른 죄악 기록을 살펴보고 심판한다. 그런데 검은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세상 사람들이 한평생 지은 죄악을 적은 기록이다.
그 가운데는 온갖 죄악들이 다 섞여 있지만, 오직 간음에 죄악에 대해서는, 하늘에 법률(天律)이 규정하는 과보가 가장 준엄하다. 보통 사람이 남에 아내나 딸을 간음하여 규방문(閨門)을 더럽히면, 지옥에서 5백겁(五百劫) 동안 고통을 받은 뒤, 비로소 벗어나 말이나 당나귀로 태어난다. 다시 5백겁이 지나야 이내 사람 몸(人身)을 되찾게 되는데, 그것도 창녀나 배우(광대)로 태어난다.
그러나 만약 계략과 음모를 꾸며, 과부나 비구니 같은 녀자를 간음하여 절개와 정조를 빼앗으면, 지옥에서 8백겁 동안 고통을 받은 뒤 비로소 벗어난다. 그것도 양이나 돼지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도살당한다. 다시 8백겁이 지나야 이내 사람 몸을 되찾는데, 장님이나 벙어리로 태어난다.
그리고 가령 집안 친인척 사이에서, 윗사람을 간음하거나 아랫사람을 릉욕(凌辱)하여 인륜강상(人倫綱常)을 파괴하면, 지옥에서 천오백겁 동안 고통을 받은 뒤, 비로소 벗어나 뱀이나 쥐로 생겨난다. 다시 천오백겁이 지나야 바야흐로 사람 몸을 되찾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죽거나 포대기 안에서 요절하여, 끝내 천수(天壽)를 다 누리지 못한다.
그런데 만약 음란서적(淫書)을 만들어 사람들 마음을 파괴하는 자는, 죽어서 무간지옥(無間地獄: 아비지옥이라고도 하며,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자들이 들어가 가장 혹독한 형벌을 받는 최악에 지옥)에 들어간다. 자기가 만든 책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그 책으로 인한 죄악도 모두 소멸해야만, 고통스런 과보를 끝마치고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된다.
음란서적은 해악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크다. 명문 집안에 얌전하고 아리따운 녀자가, 글공부하여 책을 읽을 줄 아는데, 더러 순정 소설이나 련애(戀愛) 시 따위를 뒤적거리다가, 그만 혼백(정신)이 거세게 흔들리고 욕정이 타오르는 불길을 참지 못해, 마침내 바람나서 몰래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또 유부녀나 과부가 절개를 내버리고, 처녀가 정조를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욱이 총명한 선비 자제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문장도 빼어날지라도, 한번 이러한 책을 보게 되면, 욕정이나 헛된 환상에 사로잡혀 자제력을 잃는다. 손으로 음란한 짓(手淫: 자위)을 하거나, 눈으로 추파를 던지다가, 작게는 원기를 소모하여 젊은 나이에 요절하거나, 크게는 인륜기강을 어지럽혀 선비사회(士林)에서 버림받게 된다. 심지어 해괴한 짓을 만들어 즉석에서 해 보이며, 첩이나 애들에게 음란한 모습을 가르치기도 한다. 사람들에 깨끗한 행실을 어지럽히는 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 근본 이유는 모두 음란서적 유포에 있다.
어찌하여 선비 자제들이, 선천(先天)으로 타고난 지혜근기(慧根)를 가지고 일곱 치 붓 대롱을 잘못 놀린단 말인가? 세상에 공을 쌓고 스스로 복덕을 쌓을 생각은 않은 채, 다만 끝없는 죄악을 지어 옥황상제(하느님)께 진노를 사며, 자신을 스스로 깊은 얼음 연못이나 불구덩이에 빠뜨리는가? 몹시 불쌍하고도 슬프기 그지없다.
문제(文帝)가 내린 훈계 1 (1) | 2022.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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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을 경계하는 글(戒淫文) (0) | 202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