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국 선 언 문
사사오입 개헌과 흡사한 여당 대선 후보 경선
-과반 득표 미달로 결선 투표 실시해야!-
김지수(金池洙: 전남대 법전원 교수, 동양법철학 전공)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의도적인 편파 진행 의혹이 무성한 가운데, 완전히 끝나지 않은 채 서둘러 막을 내린 느낌이다. 중도하차한 후보자들 득표를 제외해 집계하면 제1순위자가 50%를 가까스로 넘지만, 합산하면 48.37%에 그쳐 결선투표로 가야하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득표율 계산에서 마치 이승만 독재가 장기집권을 획책한 개헌안에서 간교한 사사오입 계산법으로 얼렁뚱땅 통과를 선언했던 것과 몹시도 흡사하다. 결국 부정선거에 항거한 국민들의 4.19혁명으로 하야하고 천추에 씻기지 않는 오명만 남긴 어리석은 추태가, 얼마나 숱한 애처로운 비탄과 고소(苦笑)를 자아냈던가?
첫째, 경선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편파로 구상‧설계한 숱한 사례와 마지막 방송3사 합동토론회가 석연치 않게 전격 취소된 것은 일단 모두 참고 묵인해 접어두자! 가장 큰 현안은 최종 득표율 집계에서 도중하차한 일부 후보들이 사퇴 전까지 얻은 사표(死票)를 모두 무효처리하고 아예 빼버린 점이다. 동서고금 어느 선거 투표에서 특정 후보 득표율 계산에 무효표를 제외하는 경우가 있는가? 법의 보편원리와 선거의 대원칙, 그리고 국민의 일반상식과 법감정에도 크게 배치하는 계산법이 사사오입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어떤 표를 무효로 처리할지는 선관위에서 미리 정할 수는 있지만, 단순 사표(死票)를 무효표라고 정해 아예 투표하지 않은 것처럼 배제한다면, 이는 일부 유권자(의 투표)를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간주해 완전 무시하는 처사로,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정작 주인인 국민 일부가 증발해 사라지는 심각한 자가당착이 된다.
실제로 여당 “당규”에는 제59조 제1항에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제60조 제1항엔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바, 두 규정이 반드시 양립 불가한 것은 아니다. 즉, 사퇴했으니 당연히 무효표가 되는 것이고, 당선자 득표율은 개표결과 단순합산으로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류는 사표의 무효처리 방식이 당 선관위의 당헌당규 해석에 따른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아전인수 견강부회 억지 강변으로, 헌법과 민주주의 기본원리 및 법치주의 일반원칙에 정면으로 배치하여, 그 자체 위헌이고 반민주적이며, ‘법치’가 아니라 특정인을 위한 ‘인치(人治)’일 뿐이다.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볼 엄중한 문제다. 현직 대통령과 후보자뿐만 아니라 당내 유력인사 다수가 법률가 출신인 집권 여당에서 어떻게 이렇게 해괴한 법해석론이 나오는지 도대체 전혀 알 수 없다. 우리 선량한 국민들이 그토록 엄청난 촛불혁명으로 정말 이렇게 한심한 집단한테 정권과 국회 과반의석을 몰아주었나 의심이 들 정도다.
둘째, 처음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사퇴한 후보들의 기존 득표를 사표로서 무효 처리함은, 당사자의 득표효과를 없는 것으로 의제하는 것일 따름이지, 경선활동 자체를 사퇴 이전까지 소급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간주할 수는 없다. 예컨대, 부부가 합의이혼으로 결혼생활을 중도에 하차한다고 해서, 이혼 이전에 발생한 기존 법률관계까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소급해 무효화할 수 있을까? 하물며 이미 태어나 자라는 자녀까지 출생하지 않은 걸로 처리해, 인구통계에서 제외할 수는 없지 않은가?!
중도사퇴 후보들의 기존 득표[사표]가 무효라고 득표율 계산에서 아예 제외한다면, 이는 진실로 그 무효표를 전부 제1순위자의 득표에 이전해 합산해준다고 규정하는 것만큼이나 황당무계한 자의적 억지 춘향이다.
셋째, 제1순위자의 과반득표 확보를 위해 사사오입 개헌안만큼이나 무리하게 무효표로 처리함은, 당초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본래 목적 및 의도와도 정반대의 자가당착 모순이다. 오직 후보를 일찍 확정해 안정된 본선 기획‧운동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취지였다면, 애당초 상대적 다수결로 일찍 판가름내면 되었을 것이다. 허나 결선투표를 도입한 것은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크게 유발하면서 국민경선 참여와 관심열기를 증폭‧고조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헌데, 왜 어찌하여 그렇게도 황급히 서둘러 일찍 후보를 결정해 스스로 경선효과를 냉동시키려 하는가? 결선을 통해 더욱 강렬한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축제 분위기에서 치열한 경선을 진행할 적에, 그야말로 효과 만점 억점이 될 것이며, 본선 경쟁력도 극대화할 것이다.
넷째, 제1순위 후보자에게 결정적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대장동 사건이 크게 터져, 하루 뒤 사태 추이를 예측할 수도 없는 긴박한 오리무중 상황에서, 서둘러 의혹 중심에 선 인물을 후보로 결정함은,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치명적 자충수가 될 것이다. 이건 배수진 전략이 아니라,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필패의 함정과 자멸의 나락에 스스로 뛰어드는 꼴이다. 소수 극렬 열성 당원한테는 강렬한 충성심을 자극해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다수 무당파 국민과 중도층 유권자는 크게 반발해 등 돌리는 역효과만 낼 것이다. 지난번 조국 사태와 이른바 ‘추-윤 대전’에서 민심의 향배동향은 이미 분명히 확인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나 주위 지인들 반응만 살펴도, 제2순위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제1순위 후보자는 결코 지지할 수 없다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설령 후보 당사자가 깨끗이 승복한다고 할지라도, 그를 지지하던 국민들은 시민불복종과 자발적 저항을 행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야당 경선 후보자들 전원이 만장일치로 의혹 많은 제1순위가 여당 후보로 확정되길 바라고 있지 않은가? 애써 보지 않고 모르는 척하려는 심보는, 다급하게 쫓기는 타조가 모래에 제 머리 처박아 스스로 기만하고 자위하는 꼴과 과연 무엇이 다를까?
세간에는 진작부터 ‘더불어민주당’을 ‘더러운민주당’ 또는 ‘Dirty민주당’으로 비아냥거리는 풍자어가 나돌고 있다.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을 얻어야 천명을 받는다고 하는데, 민심은 변덕이 심하고, 천명도 무상하다. 큰소리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기고만장은 가상할지 모르나, 성급한 허장성세와 조급한 허풍에 감동해 넘어갈 국민은 거의 없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절차와 득표율 계산)은 단지 당내 자치행사가 결코 아니다.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公黨), 그것도 국정을 책임지는 제1당인 거대 여당의 공적인 선거로서, 전국민과 전세계가 지켜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경선으로서, 공평하고 정의롭게 객관중립의 절차와 선거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요즘은 심지어 대학 총장 선거조차 관할 지역 선관위의 지원과 감독을 받고, 부정선거가 있을 경우 검찰의 수사‧기소도 개입하고 당선무효와 형벌도 뒤따른다. 하물며 대통령 선거에 전초전으로서 제1당인 거대 여당의 경선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8조 제2항에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제4항에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될 수도 있다. 대선후보 경선과 같은 당내 주요 선거야말로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야 할 핵심 정당 활동이 아니던가? 이는 정말 국가품격에 관한 문제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제1순위 후보의 치명적 약점이 터져 나오기 시작해 위태로워지자, 이를 덮고 가리기에 급급해 서두르다가 설상가상으로 악수(惡手)를 두는 꼴로 비치기 십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교훈은 동서고금에 보편적 경험지혜이자,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원로 주역(周易) 대가이신 대산 김석진 옹의 주역 괘상 해석에 따르면, 대선이 있는 명년은 운세가 ‘혁(革)’에 해당한다고 한다. 집권 여당은 더 이상 더러운 억지추태를 부리지 말고, 정말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해내야만, 명년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남에게 혁명 당하는[不自革新, 被他革命!] 게, 자연계와 인류사회에 보편적인 적자생존 법칙이다. 제3차 선거인단의 투표결과를 의미심장하게 음미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가까스로 기사회생, 구사일생, 전화위복의 희망의 빛이 비칠 것이다. 민심은 천심인데, 그래도 명약관화한 천명의 경고를 기어코 무시한다면, 더러운 민주당의 몰락과 주요 관련 당사자의 비참한 말로가 뒤따를까 저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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