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평전
저자 소개
연정재(淵靜齋) 보적(寶積) 김지수 (金池洙)
전북 부안 곰소 출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동양법철학 전공. 서울대 법대(중국문학 부전공) 졸업, 국립대만대학 법률학연구소 3년간 유학, 서울대 법학박사(전통 중국법의 情理法). 2001년부터 국립 전남대 법대, 법전원에 재직 중. 수십 편 전공 논문과 몇 권 공저 외에, 번역서로 화두 놓고 염불하세(印光大師嘉言錄), 운명을 뛰어 넘는 길(了凡四訓), 절옥귀감(折獄龜鑑), 불가록(不可錄), 의심 끊고 염불하세, 중국의 법조윤리 규범집 등이 있고, 저서로 中國의 婚姻法과 繼承法, 傳統 中國法의 精神(2006년 文光部 추천 학술도서), 전통법과 광주 반정, 유불선(儒佛仙) 인생관(人生觀), 채식 명상 20년, 공자가 들려주는 관계의 미학, 선진 법사상사, 법 없이도 잘사는 법 등이 있음.
책 소개 |
제갈량 평전 - 책 소개
삼고초려와 출사표로 유명한 신출귀몰한 지략가 촉상 제갈량! 소설이 아닌 사료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그 걸출한 위대함과 인간미를 찾아본다. 당대 교유한 위인들 일화 및 후대 명사들 평론을 곁들여, 공명 선생의 참모습과 초야에 묻힌 와룡이 삼국정립 전란풍운에 분연히 날아오른 기상을 그려본다.
먼저 삶과 죽음을 연대순으로 살피며 주요 사건을 집중 조명해 관련 평론을 곁들인다. 이어 가족 후손과 교유관계 일화를 소개하고 문집과 유물유적에 얽힌 역사기록을 찾아 남김과 이바지를 두루 밝힌다. 다음 제갈량이 후세에 끼친 영향과 깨우침을 역대 명인들의 심도 있는 평론과 다양한 일화기록으로 폭넓게 살펴본다.
특히, 제갈량의 엄격한 신상필벌과 잦은 군중동원 출정으로 막대한 인력ㆍ재정 손실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원망하기는커녕 존경심복하고 사후까지 열렬히 추모한 특이현상에 주목해, 그 탁월한 통치행정과 법치정신을 상세히 탐구한다. 끝으로, 제갈량 전생轉生 후신(당 위고韋皐) 등, 불교경전에 실린 다양한 관련기록을 찾아 불교인연을 두루 살펴본다. 역사 실존인물 제갈량의 생생한 진면목을 샅샅이 만난다.
목차 |
인연과 실마리 9
하나. 삶과 죽음 15
신원身元과 시대 배경 _16║‘제갈諸葛’ 복성의 유래 _19║집안 내력 - 제갈풍諸葛豐 전기 _20║어린 시절 _25║‘량보음梁父吟’ 즐겨 읊조리다 _26║동학 교유와 장래 예견 _31║삼고초려와 륭중대책隆中對 _33║첫 번째 조언 대책과 반면 귀감 _37║쇠뿔도 단김에 빼라?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 _43║궁즉변, 변즉통! - 임기변통 외교 전략 _45║손권, 조조를 영접할까? 항거할까? _49║적벽赤壁대전, 대첩인가 대패인가? _51║적벽 대전 원인 분석 1 : 로자 도덕 병법 _55║적벽 대전 원인 분석 2 _57║적벽부赤壁賦와 적벽가赤壁歌 _62║파촉에 기반을 마련하다 _66║법치의 날개를 펴다 _67║곽충郭沖이 전하는 일화들 _68║‘촉과’ 입법과 제정 주체 _72║촉과 내용 및 유관 사연 _79║황제 즉위와 공식 건국 _81║선주 서거와 유촉 _82║후주 즉위와 정의正議론 _85║남방 정벌과 맹획의 칠금칠종 _87║제1차 중원 북벌과 출사표 _90║후주의 성토 조서 _94║제1차 출정에 얽힌 일화 _97║불길한 전조 맹달 사건 _99║마속의 가정街亭 대패 _104║읍참마속泣斬馬謖 _105║마속 처형의 반대와 만류 간언 _109║제1차 북벌 실패 뒷이야기 _113║득의양양 위 명제 심리전술 포고문 _114║제2차 북벌과 후출사표後出師表 _116║학소郝昭의 결사 항전과 2차 실패 _120║제3차 북벌과 승상 복직 _122║손권 칭제와 경축 사절 파견 _124║제4차 북벌 출정 _127║제4차 출정 뒷이야기 _131║무위로 끝난 개과천선 용서 _133║제5차 북벌과 위의 두문불출 폐칩 작전 _134║군중에 붉은 별이 떨어지다 _136║사마의 쪽에서 기록한 마지막 북벌 _138║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물리치다 _141║소박한 유언과 후주의 추도 조책詔策 _142║청렴한 재산공개 _143
둘. 피붙이와 사귐交遊 145
재지才智는 필적할 박색추녀 황씨 부인 _146║직계 자손 _147║친형님 제갈근諸葛瑾 _150║형님 맏아들 (장조카) 제갈각諸葛恪 _155║손준孫峻과 손침孫綝의 최후 _171║동궐董厥과 번건樊建 _175║동회董恢 - 외교변재와 임기응변 _176║위연魏延 - 귀환 길 권력투쟁 추태 _177║양의楊儀 - 숙청의 인과응보 _182║장예張裔 _183║양홍楊洪 _185║하지何祗 _187║비시費詩 _189║두미杜微 _192║주서周舒, 주군周群, 장유張裕 - 아는 게 병이다 _194║두경杜瓊 _195║초주譙周 _197║황권黃權 _199║리회李恢 _201║려개呂凱 _202║마충馬忠 _203║장억張嶷 _203║장완蔣琬 _206║비의費禕 _209║강유姜維 _210║등지鄧芝 _212║장익張翼 _215║양희楊戲 _217║요주姚伷 _218║려예呂乂 _218
셋. 남김과 이바지 221
문집과 저술 _222║역사에 전하는 언론 습유拾遺 _225║신출귀몰한 지혜 - 필요가 발명에 어머니! _226║팔진도八陳圖와 팔진법八陣法 _229║둔전법의 역사적 계승 실험 _231║연발쇠뇌連弩 ‘원융元戎’ _232║목우木牛와 류마流馬 _232║후대 전승하거나 발굴된 유물 기록 _233║만두의 유래와 생명 존중 정신 _238║역사기록 및 문자어원으로 본 만두 유래 _240║정사正史에 만두 기록과 다채로운 변모 _243║생명존중 정신의 음미 _246║제갈채諸葛菜 _247║보권保券 - 전비 조달 국채 보증 _248
넷. 법치 정신과 권력의 명암 249
륭중대책隆中對과 촉과의 법치 기초 _250║역사관 및 시대 배경 _252║법치의 내용상 특징 _253║법치행정에 대한 역사 평론 _260║내 마음은 저울, 그 마음은 거울 _261║류비 양자 류봉劉封 사건 _265║팽양彭羕 사건 _267║류립廖立 사건 _271║리엄李嚴 사건 _274║사면에 대한 견해 _278║맹광孟光의 사폐赦弊론 _280║법치 제약인가 제갈량 한계인가? _282║너무 세심한 완벽주의? _283║법치에 대한 총평 _285
다섯. 끼침과 깨우침 - 후대 역사평론과 일화 285
추모 사당 건립과 무묘武廟 배향 _290║사관 진수陳壽의 총평 1 _294║사관 진수의 총평 2 _298║진수의 제갈량 폄하 논쟁! _300║습착치習鑿齒 총평 _302║동진東晋 원형袁宏의 총평 _305║제갈량과 사마의 비교평론 1 - 오吳 장엄張儼 묵기默記 _310║제갈량과 사마의 비교평론 2 - 진 어용 악곡의 왜곡 _314║제갈량과 사마의 비교평론 3 - 진서 선제기 사관 평론 _315║제갈량 칭송 공덕비문 _316║소동파의 제갈량론諸葛亮論과 관중론管仲論 _320║관중에 대비한 평론 _326║내 님을 그리사와~ 존경 흠모! _330║너도 제갈량! 후사 부탁 유촉 _333║‘나도 제갈량!’ _346║형제兄弟 분사分仕 _352║사면 반대론 _353║위급존망 인재등용 _353║파촉 형세 비교 언론 _356║제갈량 남정 고사 인용 비교! _357║지략 병법 _362║제갈량 단점 한계 지적평론! _367║중국공산당 모택동의 평가 _369
여섯. 불교 인연과 전생轉生 후신後身 373
출신과 삼고초려, 유촉 _374║제갈량 인물평 _376║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 쫓은 진짜 비결 _378║적벽대전에 동남풍을 일으킨 사연 _379║팔진도와 출사표 _381║만두, 제갈채, 만리교, 철교 건설 _383║류비・손권・조조 영웅 호칭과 중생 불성 비유 _385║제갈량 후신 당唐 위고 _386║하동앵무사리탑기河東鸚鵡舍利塔記 _389║륙법화陸法和 전기 _392
감회와 끝맺음 397
주요 참고문헌 400
책 속으로 |
인연과 실마리
우리도 삼국시대를 겪었던 역사적 연상 작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아시아 고전 가운데 소설 삼국지(연의)만큼 우리한테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책도 드물 것이다. 한글 번역판이 나온 뒤로는 아마도 가장 널리 애독되고 각광받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중2때 처음 월탄 박종화 번역본 5권을 흥미진진하게 완독한 기억이 난다.
1970년대 교과서 외엔 책을 구경하기 힘든 부안 곰소 변산중학교에서, 2학년 때 담임 최일웅 선생님이 삼국지 5권을 선뜻 내놓으며 의욕적인 ‘학급문고’ 설치운영을 제안하셨다. 각자 집에 있는 책을 1권씩 가져오라고 권하고 유리 창문이 달린 조그만 서가함을 마련해서, 우리 반만 제법 그럴듯한 ‘학급문고’가 만들어졌다. 나는 선친께서 가지고 계신 ‘세기의 위인들’이란 읽지도 않은 책을 바치고, 영광스럽게 문고운영 책임자에 임명되었다. 대출반납 장부를 기록하는 번거로운 관리자였다.
다른 책은 읽은 기억이 안 나는데, 오직 삼국지만 2단 세로쓰기인데도 지루하지 않게 5권을 다 읽고, 2회독 하다가 아마도 시험 등 바쁜 일정으로 중도에 그만둔 듯하다. 당시 나는 어머니가 행상을 다니셔서, 집에서 손수 불을 때서 밥을 지어먹고 다니던 형편이었다. 그 뒤로 다시는 읽은 적이 없고 하도 오래 된 일이라, 정말이지 읽었다는 사실밖에는 어떤 내용도 기억나는 게 전혀 없이 완전히 잊혔다.
3년 뒤 전주고 2학년 때 한문 박시중 선생님은 어찌나 해박하고 열정이 넘치셨던지, 한 단락씩만 인용 소개한 교과서는 너무나 유치하다는 듯, 여러 고전 명문을 온전히 가르쳐주셨다. 그중 전문을 통째로 암송한 도연명의 귀거래사와 제갈공명의 출사표, 소동파의 적벽부가 가장 인상 깊고 감명 깊게 남아있다. 후덕한 선생님은 귀거래사·적벽부·출사표 등 전문을 손수 철필(가리방)로 등사해 나눠주고 가르쳐주시면서, “우리 배울 적엔 이런 거 줄줄 다 외웠네. 여러분도 외우면 참 좋네.”라고 그냥 지나가는 어조로 말씀하셨다. 당시 순진한 나는 정말 외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8절지 앞뒤로 빼곡하게 적어 두 번 접어 손안에 쥐고, 등하교 길에 외우고 다녔다. 나중에 수행하며 ‘장심대법掌心大法’이란 말을 듣고, 그때 손아귀에 들고 다니며 외운 3대 명문이 내 한문-한학-학문-불교대장경 공부에 이르기까지 정말 ‘장심대법’이 되었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나중에 대학3년 때 중국문학을 부전공하면서, 백거이의 ‘장한가’를 기말고사로 다 외웠고, 한학연수를 받을 적엔 론어 전부와 맹자 일부를 역시 장심대법으로 암송했으나, 고교 때만큼 확실한 기억과 각인 효과는 없었다.)
귀거래사는 자연주의 목가풍 전원시 같아 내 천생기질에 맞아 좋았고, 적벽부는 뒤에 전문을 소개하듯이 적벽대전을 연상하며 호방한 기개와 웅장한 도량을 펼치는 광활한 대장부 우주관이 마음에 들었다. 반면, 제갈량 출사표出師表는 천하인류를 위한 대의실현과 순수하고 장렬한 우국충정이 눈물겨운 감동이었다. 그 무렵 고문 시간 두시언해에서 배운 두자미杜子美 촉상蜀相 마지막 시구처럼, 출사표를 읽고 눈물이 옷깃을 적시지 않는다면 ‘영웅’에 끼지도 못할 것 같았다.
대만대학에 3년 유학하고 평생 한문고전을 공부해온 인연으로, 이제는 소설 삼국지(연의)를 원문으로 읽을 수 있는 실력은 되었건만, 시간과 체력 등 제반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아직 읽지는 못하였다. 그러던 차에 우리 사회에 청렴정신을 일깨워 진작시키고자 하는 발원에서, 지난해 위대한 역사 위인들의 전기 일화를 섭렵해 “포청천과 청렴정직 문화”란 책을 펴내는 시절인연으로, 제갈량 전기도 원전 사료로 정독하게 되었다. 수십년간 잠잠히 가라앉아 있던 감동의 물결이 다시 일렁이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전통법의 역사철학 전공자로서 제갈량의 법사상을 한번쯤 다뤄 정리할 필요성과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정사正史 삼국지 촉서蜀書와 삼국지 주注를 통독하면서, 제갈량 관련 내용을 모두 발췌하고, 또 현전하는 제갈공명전집에서 법률 관련 주요내용을 선별해 “제갈량의 법치 정신”을 집필해 발표했다.
주지하듯이, 제갈량은 신출귀몰할 정도로 지혜가 출중해 촉蜀 승상으로서 전국 정치행정을 총괄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삼국이 각축하던 여러 전쟁을 직접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군사장군으로서 문무를 겸비한 실무(전)형 장상將相이었다. 허나 환갑을 앞두고 늘그막에 원전 사료를 읽다보니, 정말 그 이상으로 훨씬 흥미진진했다. 다만 기력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아(力不從心) 눈이 침침하고 체력이 달려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허나, 제갈량 본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간들의 심성과 행적 및 정치사회관계에 걸친 다채로운 기록들도, 역사적 교훈과 반면교사로서 너무나 훌륭한 감동거리였다.
하여, 공명 선생의 참모습을 찾아 밝히고, 초야에 묻혀 있던 와룡臥龍이 삼고초려에 감동해 격동의 풍운 속에 하늘 높이 날아오른 모습을 그려보고자 마음먹었다. “공명진면목孔明眞面目 와룡비천상臥龍飛天相”이란 부제가 지향한 목표다. 허나 소박한 마음과 졸렬한 문필이 얼마나 잘 생생하게 표현해 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한테 익히 알려진 소설 삼국지(연의) 선입편견을 완전히 젖혀놓고, 현전하는 공식 역사기록 및 문집과 당대 역사가들의 기록 및 평론들을 되도록 원전 본의에 충실하게 직접 해독 정리해, 원전비평 관점에서 최대한 실증적 방법에 의지했다. 더러 원인분석과 결과평가에 사견을 적기는 했으나, 분명한 역사문헌기록에 다르거나 어긋나게 순전히 문학적 상상력으로 덧칠한 왜곡변질은 없음을 밝혀둔다. “제갈량 평전評傳”이란 본제목에 정말 명실상부하게 집필했다.
물론, 필자의 문장력과 체계구성력이 보잘것없어 더러 재밌게 술술 읽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안목과 식견이 얕고 무뎌 분석비평이 별로 신통치 않아 ‘평전’으로 실망할 수 있겠다. 나이가 들고 기력이 떨어지니, 두뇌도 더 노둔해지는 느낌이고, 생기발랄함과 총명예지는 갈수록 사라지니, 이는 인간 김지수金池洙 한계다.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제갈량 심경에 더욱 공감‧이입된 느낌이다. 문체도 화려하고 유창함보다는, 진지한 충신忠信-진정성에 더 치중한 편이다. 또, 제갈량처럼 ‘국궁진췌鞠躬盡瘁’를 몸소 경험하며, ‘사이후이死而後已’ 정신으로 끝까지 정리하고자 다짐했다. ‘국궁’은 자발적 의지로는 나를 겸허히 낮춰 남한테 경례하는 ‘허리 굽힘’이지만, 자연스런 현상으로는 할 일에 너무 골몰하고 기력을 다한 나머지 피가 마르고 골수까지 비어 ‘허리가 구부정정 굽는’ 것을 가리킨다. ‘진췌’는 말 그대로 ‘기진맥진’을 뜻한다.
허나, 감수성 예민하던 십대 청춘으로서 중고교 때 처음 맛보고 느꼈던 감명을 잊지 못하고, 천하대의를 위한 제갈량의 장렬한 우국충정과 섬세하고 간절한 인간미를 사모해 기리는 마음에서 최선을 다해 정성껏 정리했다. 이 붉은 마음 하나 진솔히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자 다행이겠다.
기미독립선언 1백주년 삼일절을 맞이하며
2019.2.22.금. 빛고을 운암골 연정재淵靜齋에서
글쓴이 보적寶積 김지수金池洙 공경합장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