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충고(畢忠告)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금 세계가 갈수록 암흑과 혼탁과 혼란으로 치달으며, 남녀 젊은이들이 갈수록 절개와 지조를 잃고 몸을 망치는 놈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 원인을 따져 보면, 모두가 음란서적과 음란그림(요즘은 음란영상과 음란음악은 물론 인터넷 사이버 공간상 음란사이트까지 가세함)이 널리 퍼진 데서 비롯한 해악이다.
요즘 새로 나오는 순정(련애)소설이나 음란서적과 음란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로, 온갖 형태와 내용으로 쏟아진다. 눈에 닿는 게 모두 음란물인 형편이다.
(원주: 매번 한 책이 나올 때마다, 몇 천 내지 몇 만 명을 해치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저자는 음란에 흑막을 벗겨내어 고발한다고, 스스로 변명하거나 합리화하기 일쑤다. 그게 도리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란 방법과 형태를 알려주는 매개가 되는 줄은 모른다. 역대 음란서적을 금지시킨 명령이 있어 왔지만,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면서, 속으로 몰래 팔아먹은 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요즘은 자유 민주 사회가 되어, 표현에 자유니 예술성이니 하는 명분으로, 선정적인 음란물과 노골적인 폭력영상을 공공연하게 제작․배포하니, 세상 참으로 말세 가운데 말세다. 1999년에 나온 한 음란성 책은 유례가 드물 정도로 100만부 가량 팔려, 그해 최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개탄할 만한 세태다. 옮긴이)
소년․소녀들이 신문광고나 선전물에 실린 것만 보아도, 이미 온갖 형태와 내용으로 음란함을 아주 자세히 형용하고 있어서, 가서 사 보거나 아니면 함께 따라가서 구경하고 싶은 충동이 일기 마련이다. 그렇게 보게 되면, 시선과 마음을 온통 거기에 빼앗길 뿐만 아니라, 정신과 령혼까지 뒤죽박죽되고 만다.
담이 약하고 겁이 많은 놈은, 감히 쉽게 시험해 볼 엄두까지는 안 나겠지만, 그 신체와 정신은 이미 무형 중에 크게 소모되고 만다. 개중에 담력은 좀 있으면서 자신을 지키기에 의지력이 약한 놈은, 곧장 그대로 따라 해 본다고 발을 잘못 디디게 된다. 작게는 학업(직업)을 소홀히 하고 정신력을 소모하며, 크게는 집안을 망치고 목숨을 잃으며, 심지어 후손까지 끊기기도 한다.
(원주: 사람 몸에 세 가지 보배(三寶)가 바로 精․氣․神이다. 이러한 근본 보배를 잃어버리면, 질병이 뒤따르게 되나니, 어떻게 장수할 수 있겠는가?)
그 때가 되어 후회해 봤자, 이미 늦고 만다.
상해(上海: 대도시)에 암흑과 음란 풍조는 다른 곳보다 훨씬 심하다. 음란물을 숨겨두고 고객들을 불러들이고, 사람들을 유혹하여 함정 속으로 집어넣는 곳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귓가에 들리고 눈에 와 닿으면, 평소 뜻이 굳고 마음이 안정된 선비라도, 더러 나쁜 친구에 이끌려 유혹과 함정에 발을 잘못 디딜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음란 서적과 그림은 정말로 사람을 살해하는 날카로운 칼날이다.”고 말한다. 진실로 오직 원하는 바는, 청춘남녀들이 혹시라도 이런 음란서적을 만나게 되면, 보지 말고 찢어 (불살라) 버리며; 이런 나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얼굴도 대하지 말고 물리치기 바란다. 그리고 서로 조심하라고 경책하고 훈계하여, 무형 중에 살인 위기를 밟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출판계와 저술하는 인사들에게, 아홉 번 머리 조아려 간곡히 당부한다.
“누가 자손 없으며, 누가 아내와 딸이 없습니까? 그런데 그들에게 차마 암흑 속 함정에 빠져들어, 사망에 이르고 후손이 끊기도록 할 수 있습니까?”
나는 또 각급 학교 교장 선생님과, 각 가정에 부모님과, 각 사업체에 사장님․대표들께, 역시 아홉 번 머리 숙여 정중히 당부한다.
“각자 수시로 엄격히 살피고 순순히 선도하여, 청소년 학생․자녀들이 암흑 속 함정에서 빠져나와, 죽음을 피할 수 있도록 힘써 이끌어 줍시다.”
허나 근본 해결책은, 역시 출판계와 저술하는 인사들이 덕행을 좋아하고 실행하는 것뿐이다. 행여 나 같은 비천한 사람 말을 받아들여 원판을 파기하고 음란한 글을 쓰길 그만둔다면, 그 분 자제와 아내․딸들은 틀림없이 이 나라에 큰 위인과 모범 인물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혹시라도, 음란서적 가운데 음란으로 인한 죄악에 과보를 담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보면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할 수 있다고 변명한다면, 이는 정말 곤란하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떠한 책인들 그런 인과응보 리치를 담고 있지 않단 말인가? 그런데 어찌하여 독자들이 보고 교훈을 얻기는커녕, 죄다 물들어 타락하고 마는가?
나는 또 염정(순정, 련애) 소설을 쓰는 작가와 음란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절하며 당부한다.
“그토록 훌륭한 글 솜씨와 그토록 아름다운 붓 솜씨로, 무엇을 구한들 얻지 못하겠습니까? 어찌 꼭 스스로 오점을 남기며, 훌륭한 명망을 더럽히십니까? 사회에 수많은 착한 사람들을 암흑과 죽음에 함정으로 이끌면서, 고작 눈꼽만한 리익을 얻으려고 하십니까?”
음덕(陰德)과 인과응보 법칙은, 비록 요즘 세상에 말하는 이가 드물긴 하다. 그러나 유가에 사서오경(四書五經)이나 고금에 성현군자들이, 모두 한결같이 강조하여 전해왔다. 어찌하여 시대풍조를 핑계로 엄연한 진리를 믿지 않고, 허무맹랑한 미신이라고 비방한단 말인가?
죄악 가운데 사음이 가장 나쁘다. 그래서 살아생전에 복록과 수명을 깎아먹고, 자손이 끊기는 벌과 같은 온갖 과보를 알게 모르게 받게 된다. 그리고 죽은 뒤에는, 틀림없이 그 령혼이 나쁜 곳에 떨어져 영원히 온갖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니 우리 동포들이여, 이러한 글을 보고도 마음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해(上海)에 자선가들과 유지들에게 공경스럽게 간청하노니, 만약 나에 비천한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회의를 소집하여 적절히 권장․선도할 방법을 강구해주시기 바란다. 그러면 어느 한쪽에게만 복덕을 짓는 게 아니라, 그 덕망과 기풍에 감화되어 사람들이 따르게 되고, 그러면 천하 동포들이 모두 그 은택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백번이라도 향을 사르고 백번이라도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